국가 미래동력 반도체 적기 투자 차질 우려
中·美·대만 코로나에도 전폭 지원과 대조
전문가 “정부 적극개입해 조속해결 나서야”
국민도 환경·보건·경제가치 균형 고려 필요
[헤럴드경제 정순식·천예선·정세희 기자]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들여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초반부터 지자체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와중에도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있는 해외와는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자칫 적기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발(發)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한국 경제의 유일 버팀목인 ‘반도체코리아’의 지속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남시가 용인시에 팔당저수지 용수를 끌어쓰는 용수관로가 관내를 통과하지 않도록 검토를 요청한 것은 당장 다음달 산업단지계획 승인에 돌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산단 계획 승인이 늦춰지면 내년 부지 조성 공사를 착공해 2024년 반도체 공장을 완공하려는 목표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남시는 해당 용수관로가 하남시를 꼭 거쳐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남시 관계자는 “지금도 하남시 거치지 않고 광주에서 용인으로 가고 있는 용수관로가 있다”면서 “용수관로가 하남시를 꼭 거쳐야 한다는 것을 납득한다면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남시 뿐 아니라 안성시도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방류수가 역내 한천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안성시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흘러드는 일일 방류수 37만1725㎥에 달한다며 산단을 포함한 모든 개발 사업은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용인시에 입지한 산단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용인시의 저수지나 하천으로 방류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 와중에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반도체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해외 시례와 대조된다.
중국은 코로나 악재에도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쓰촨성 청두시는 최근 120억위안(2조100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 연구단지 착공식을 열었고, 장시성 간저우시는 전략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 60억위안(약 1조원)을 투자했다. 또 안후이성 허페이시는 이스라엘 파운드리업체 ‘타워재즈’의 신규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기술격차를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은 Si-Soft(Silicon Software) 사업을 기반으로 대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투자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2018년부터 4년간 총 40억 신타이완 달러(약 1620억 원)을 투입해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반도체를 필수업종으로 지정하고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산업단지 가동에 지장이 없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기 수도권은 규제가 엄격해 반도체 관련 업체가 발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와 세금을 통해서 다른 기여를 할 수 있는데 최근 지자체에서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라는 식이어서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이해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손현철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과)는 “반도체 산업은 6개월 정도의 시간조차 엄청난 손실과 기술차이를 초래하는 산업”이라며 “국가 대형 프로젝트인데도 지자체의 이해관계로 지연된다면 중앙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속히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국과 유럽, 대만 등은 환경, 안전, 보건 가치와 함께 경제 가치를 균형있게 바라보며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국가 경제는 동네인식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공동체라는 입장에서 이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