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수 배출 두고도 안성시 반대
속도가 핵심인 반도체 투자 지자체 발목에 장기화 우려 고조
[헤럴드경제 정순식·천예선·정세희 기자]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업이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8일 경기도 지자체들에 따르면 하남시는 최근 경기 용인시에 “하남시 관내를 통과하지 않고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검토바란다”는 내용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용수관로 기본설계 관련 의견제출’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남시는 공문에서 “현재 (용인시에서) 이용 중인 광주·용인 공동취수장 및 공동관로 증설과 용인정수장 증설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하남시는 용수관이 43번 국도를 지나는 탓에 공사 동안 통행 및 소음불편 등 다수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매설된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 및 상하수도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공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클러스터가 소재한 용인시 내에서 용수 공급의 해법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용인시는 클러스터의 규모를 감안할 때 팔당 상수원 외에는 원활한 용수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용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하남시에서 용인시까지 60㎞에 달하는 도수관을 통해 하루 26만5000톤의 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용인시와 수자원공사는 오는 2024년까지 모든 용수관 공사를 마친다는 목표지만, 첫 단계인 용수관 통과 지점을 결정을 두고도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클러스터의 용수 사용량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존 용인시의 취수장 용량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하다”며 “팔당 취수원 광역 라인 외에는 대안이 없어 도수관로를 어떻게 끌고 올 지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하남시의 상수 공급 뿐 아니라 방류수 배출 문제를 두고도 현재 안성시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방류수 배출 문제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반대하며 21대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까지 올라 있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각종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지자체들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관련기관 및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성실히 협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