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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월 딸 방치 숨지게한 엄마 징역 7년 최단기형…검찰의 실수? 재판상 절차?
1심 소년법 적용…항소심 중 성인된 엄마
檢, 항소 안해 대폭 감형 최단기 형량
인천지검 “1심서 이미 최고형…상고 검토”
‘방치도 잔혹살인’ 판단 의견 엇갈려
생후 7개월 된 딸을 아파트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 조모 씨와 견모 씨. [연합]

생후 7개월 된 딸을 6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부부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에서는 검찰이 1심 선고 이후 이들 부부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수’로 지적돼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 조모 씨에게 징역 10년을, 아내 견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조 씨는 1심보다 형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견 씨는 애초 부여된 형량 범위 중 최단기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조 씨와 견 씨 부부가 6일간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에 대해 “죄책감 또는 반성이 있는지조차 도저히 알 수 없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충분하다”며 조 씨에게는 징역 20년을, 미성년자였던 견 씨에게는 소년법을 적용해 장기 15년에 단기 7년형의 부정기형(형기를 확정하지 않고 선고하는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피고인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감형했다. 문제는 해가 바뀌면서 견 씨가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됐다는 데 있었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은 원심판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견 씨에게 형량을 적용할 때 최단기인 징역 7년을 적용할지, 최장기인 15년을 적용할 지 등을 따져야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1심의 최단기형인 징역 7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공판과정에서 검찰을 향해 “항소해야 하는데 실수한 것 같다”며 이례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다만 논란이 거세지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번 검찰의 실수라고 지적한 것은 동일한 형을 선고받고자 하는 경우, 피고인 견 씨는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상 7년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검찰이 항소해도 동일한 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항소심의 이러한 설명은 조 씨와 견 씨가 미필적 고의에 의해 딸을 죽이게 되는 과정에 보인 ‘무심함’을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두고 1심 재판부와 의견이 엇갈린 데 따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견씨 부부는 지난해 3월부터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고, 부부싸움을 할 때 딸을 혼자 두고 외박하는 날이 잦았다. 사건이 발생하기 6일 전인 지난해 5월 25일 딸은 쓰레기와 두 마리 반려견의 배설물이 그대로 널브러진 방에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조 씨와 견 씨가 부부싸움으로 외박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엄마 견 씨는 귀가해 딸이 반려견에 의해 얼굴과 머리, 다리 등에 피맺힌 상처를 봤지만, 다시 딸을 그대로 남겨둔 채 집을 나갔다. 그 다음날 남편 조 씨가 집에 들렀지만, 중고거래할 냉장고 사진만 찍고 집을 나갔다. 부부는 딸에게 마지막 분유를 먹인지 6일 만인 5월 31일 오후 4시쯤 귀가해 숨진 상태인 딸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들은 숨진 딸을 집에 그대로 둔 채 모텔 생활을 했다. 아이의 시신은 결국 견 씨의 모친에 의해 발견됐다. 조 씨와 견 씨는 검찰에 “사망신고와 장례를 곧 하려고 했다”고 입을 맞춰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아기의 장례식은 정작 조부모가 치렀다.

1심 재판부는 두 부부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성립하며, 그 범행수법이 잔혹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송현경 부장판사(44·사법연수원 29기)는 부부에게 “서로에 대한 분노를 힘없고 연약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돌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1심 판결문 양형 이유에는 피고인들이 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 딸의 사체를 안방 종이박스에 옮겨담은 직후 음란동영상(야동)과 만화(웹툰)를 시청할 수 있는 브라우저에 접속한 정황 등이 기록됐다. 이 부부가 “사람이 물과 음식 없이는 3일을 버틸 수 없음을 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도 담겼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에서는 양형기준상 잔혹한 수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망을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를 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인천지검은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해 선고 가능한 최고형을 구형해 1심 재판부에서도 이와 동일한 형을 선고함에 따라 항소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견 씨와 같이 항소심에서 성년이 된 경우까지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1심의 단기형 이하만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적정하지 않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을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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