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美공장도 차질없이 돌아가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 전경(위).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주 ECC 공장(아래).[삼성전자·롯데케미칼 제공] |
국내 반도체와 태양광, 화학업계가 코로나발(發) 생산·수요절벽의 늪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가 반도체와 에너지·인프라 산업을 식품·보건과 같은 필수사업(essential businesses)으로 분류하면서 해외공장 셧다운(일시적 공장폐쇄)을 면한데다 원자재 가격하락과 같은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직접적인 타격권에서 비껴난 모양새다. 자동차·가전·항공업계가 해외공장 도미노 셧다운·노선중단·인력감축 등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31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공장은 현재까지 정상가동 중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재택과 직장근무를 병행하며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중심인 오스틴 사업장에는 삼성전자 임직원 3000명을 포함해 협력사 등까지 총 1만명이 근무한다.
미셸 글레이즈 삼성전자 오스틴 사업장 대변인은 “현재 공장은 정상가동 중이며 폐쇄 계획은 없다”며 “임직원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순환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라인 내부는 미립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춰 제품은 물론 직원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실적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 등 비대면 확대에 따라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신규 서버 증설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보다 4% 증가한 3조7000억원,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보다 2배가량 늘어난 452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도 코로나19 피해를 비교적 덜 받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모듈 공장을 비롯한 말레이시아(사이비자야), 중국(치둥) 공장이 모두 가동 중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주된 사업처인데 아직까지 고객 취소 물량 없고 설치 지연 물량도 없다”며 “중국산 웨이퍼(태양전지 만들때 기본이 되는 반도체 기판)가 오히려 증산되면서 앞으로 원가 하락이 예상돼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한화큐셀 실적은 작년 4분기 실적(영업이익 763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환경과 1분기가 전통적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선방할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도 차질없이 돌아가고 있다. 주정부가 지난 22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대해 재택근무 명령을 내리고 이동을 제한했지만 필수사업으로 분류된 롯데케미칼 현지 에탄분해시설(ECC) 공장은 가동 중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지 사무인력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지만 오퍼레이터(생산직 근로자)들은 현장에 나와 설비를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유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2분기부터는 롯데케미칼의 납사분해시설(NCC) 실적이 점차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떨어질수록 NCC의 원료인 납사가격이 하락해 향후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총 생산량 450만t 중 NCC 방식을 통해 생산하는 양이 350만t 수준일 만큼 NCC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1508억원)보다 감소한 82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면서도 유가 하락 효과가 반영되는 2분기에는 1980억원으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예선·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