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에 이어 코로나19가 경제로 전이되면서 바이러스보다 추락하는 경제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졸업하는 청년들이 취업이 어려워지고 구조조정과 대량실업으로 중장년층 실업률도 전례없는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로 추락할 것이라는 해외 기관의 전망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가 5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우울한 뉴스도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이 경영환경이 좋아진 국내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이 한창인데 한국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현재의 우리에게는 1990년대 중반 독일 사례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1990년 통일로 인한 재정부담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고임금과 복지부담으로 독일 공장들은 국내에서 버티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독일 국민들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실업난을 겪게 된다. 폴크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1996년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자회사인 아우토5000을 설립하였다. 노사정은 아우토5000의 신규채용인력 5000명 전원을 파견근로자로 채우고 임금수준은 정규직 임금의 80%로 지급하는 이중임금제에 합의했다. 아우토5000의 정신은 2002년의 하르츠 개혁으로 이어졌고 독일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가져오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복원시켜 오늘날 독일 경제의 번영을 가져온 신호탄이 됐다.
제조업의 리쇼어링은 한국의 경제와 고용을 되살릴 유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도 살린 측면에서는 아우토5000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22년 만에 첫 국내 자동차공장을 설립하여 정규직 직원을 지역 제조업 평균 수준의 임금으로 고용하여 기업 경쟁력도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시도됐다. 그런 광주형 일자리가 지금 좌초의 위기에 있다. 노동계가 오는 3월 말께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식을 열 예정이다. 노동계가 요구한 노동이사제, 현대차 추천이사 경질,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광주시가 수용하지 않자 협의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우토5000과 광주형 일자리의 공통점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국내외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실업을 해소하는 것이다. 공장도 짓기 전에 노사 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다툼은 아우토5000의 성공 사례와는 동떨어진 공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노사전문가들은 노사민정 간의 의견불일치가 지속된다면 공장문을 연 후가 더 큰 문제이므로 아예 접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만의 일자리가 아니다. 기업과 노동조합, 지방 정부를 넘어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국민들의 바람으로 엮어진 약속이다. 누적된 경기침체와 코로나 사태의 충격에 시달리는 지역상공인, 자영업자, 해고자와 청년실업자들을 위해서라도 노사민정은 원칙을 지키고 초심으로 돌아가 광주형 일자리가 대한민국 제조업과 경제 재도약의 신호탄이 되도록 전력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