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생산 중단에 부품사 공장까지 문닫아
국내 부품사 수출길 제한…완성차 생산도 차질 우려
“재고 소진땐 타격 심화…납품업체 가동률 하락할것”
보쉬 덴마크 공장 전경. [123RF] |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이 ‘도미노 셧다운’에 직면한 가운데 글로벌 부품사들마저 잇따라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사들의 수출 타격은 물론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가동 중단에 들어간 미국·유럽 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재개가 불확실해지면서 현지 부품사들도 공장 문을 속속 닫고 있다.
콘티넨탈(Continental)과 보쉬(Bosch) 등 유럽의 1차 협력사가 생산라인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브레이크 제조업체 브렘보(Brembo)와 타이어 생산업체 미쉐린(Michelin)·피렐리(Pirelli) 등도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파급 효과는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글로벌 판매 1위의 폭스바겐은 스페인,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에 이어 독일 볼프스부르크 등 공장 5곳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 공장의 경우 재개 시점을 아예 밝히지 않았다.
르노는 프랑스 내 12개 공장의 생산 시점을 미뤘다. FCA·포드·다임러 등도 오는 27일 예정된 가동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다.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에 생산기지를 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브랜드도 내달까지 가동을 멈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유럽 연합에 속한 제조 공장이 229개라면서 완성차 업체의 위기가 부품사로 전이될 경우 1380만명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석 달간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90%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 역시 마비 상태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유럽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지 부품사는 물론 국내 협력사까지 직·간접 타격이 진행형이다. 셧다운을 선언한 글로벌 부품사로부터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국내 공장의 생산 중단도 불가피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쉬·콘티넨탈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부품사가 많지만, 기술력이 집약된 핵심부품 일부는 여전히 현지에서 조달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진다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다시 생산 차질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완성차 공장 내 생산라인 모습. [123RF] |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수출의 69.1%, 부품 수출의 54.2%가 유럽·미국에 집중됐다. 코로나19 초창기 와이어링하네스(배선장치 묶음) 공급 차질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업체별 재고 확보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중국산 부품 공급난으로 모든 업체들이 부품 재고를 60일치 정도를 확보하고 있으나 불확실성에 따른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중”이라며 “재고 소진에 따른 생산 차질은 판매 절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납품업체의 가동률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