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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집값 전망이 의미 없어진 시대

‘서울 매수 심리지수 23주 만에 하락’, ‘잠실 아파트 급매 5억 뚝’, ‘시세 턱밑까지 오른 공시가격’, ‘코로나19에도 청약 열기는 후끈’, ‘지난달 주택거래량 11만5000건…작년보다 2.6배 늘어’, ‘4월 수도권 입주물량 2017년 5월 이후 최소’ …….

지난 주말과 23일 오전 온라인을 달군 부동산 관련 뉴스다. 코로나19, 정부 규제 등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급매물이 늘고 있다는 것은 주택 시장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이와 달리, 거래량이 늘고, 입주 물량(공급)이 감소하며, 괜찮은 분양 아파트가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건 언제든 집값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증거로 회자된다.

어떤 게 진짜 주목해야 할 정보일까. 집값 하락기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집값 하락기가 시작될 때엔 직전 상승기(짧으면 4~5년, 길게는 10년) 폭등, 그로 인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 급락, 향후 공급 증가 예정, 연간 소득을 집값으로 나눈 PIR(Price to Income Ratio)같은 주택구매력지수 하락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난다.

집값 하락기가 시작됐던 2008년만 봐도, 직전 최소 4~10년 집값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전세가율은 역대 최저(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2009년 1월 38%)로 낮아졌으며, 신도시 등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시점이었다.

지금 시장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전통적인 기준과 사뭇 다르다. 일단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전세가율은 55% 이상 높은 편이다. 서울 자치구 중에는 60% 이상인 곳도 있다. 수도권에선 70%이상인 지역이 많다. 주택 공급은 향후 몇 년 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동성 증가로 토지나 자본을 투자해 벌어 들이는 소득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세가율이나 수급여건 등만 따지면 집값이 하락할 상황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런데 다른 모든 변수를 압도하는 요인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악화된 경기 상황이다.

부동산 경제론에 주택 시장의 핵심 변화 요인(key factor)을 정리한 게 있다. 경기, 수급, 인구, 정책, 심리 등이다. 각각 세분화해 7대 요소, 10대 요소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경기 지표엔 소득, 금리, 환율 등이 포함될 수 있고, 수급 관련해선 수요와 공급 상황은 물론 전세가율 등도 주요하게 본다. 심리엔 교육제도, 남북 관계 변화 등 많은 변수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자연 재난이란 경기 외적 요인이 부동산 시장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상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세금 규제에다 거래 허가제로 통하는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작성까지 강력한 정부 규제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별안간 몰아닥친 코로나19발 경기 악화 우려는 모든 경제 내 긍정 요인을 집어 삼킬 만큼 막강하다.

집값 상승세를 점치던 전문가들조차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전개될지 짐작조차 못한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당장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은 단계지만, 사태가 몇 달 더 이어질 경우 심각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역대로 경제성장률(GDP)이 단기간 위축되는 시점에 국내 주택 시장이 타격을 받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1998년, 2008년, 2011년 등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국내 경기가 치명타를 입었을 때 부동산 시장은 어김없이 하락세로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주택 경기 사이클상 정점을 찍은 후엔 투자 수요가 줄면서 실수요자가 따라온다. 하지만 지금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에 집을 사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각종 규제로 실수요자도 집을 사기 망설여진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추가 규제를 예고한 상황이다. 집을 사려던 세입자도 그냥 전세에 눌러 앉는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매수 심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통계학과 미래 예측 분야 슈퍼스타로 통하는 네이트 실버는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미래를 예측하려면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일 쏟아지는 수천, 수만개 부동산 기사 가운데 무엇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호일까. 내가 지금 믿는 건 혹시 신호를 가장한 소음이 아닐까.

불과 몇개월 전까지 집값이 오른다던 전문가들은 상당수 어느새 '모른다'로 바뀌었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 수록 정보와 소음은 구별하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무엇도 정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시대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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