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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 회복하면 배임액 줄여야”
김신 前대법관 “과정·시간 간극고려”
“실제 손해 발생 때만 범죄” 주장

배임죄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범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배임액수를 정하는 것도 까다롭다. 그동안 대법원은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실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도 ‘기수범’으로 처벌하는 범죄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전직 대법관인 김신(63·사법연수원 12기) 동아대 석좌교수는 최근 전문지 ‘법률신문’에 논문을 기고해 사후에 피해를 회복했다면 그 액수만큼 배임액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임죄는 절도처럼 손해가 바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밝혀지고, 피해회복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대법관은 “과정과 시간적 간극을 무시한 채 임무위배행위 즉시 배임죄가 성립하고 대출액 전액을 손해로 파악하는 것은 배임죄의 성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의 이러한 주장은 회사에 손해를 끼칠 뻔한 기업인에 대해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다툰 2017년 판결에서도 나왔다. 당시 중소기업 A 회사와 B 회사의 대표이사인 C 씨가 A사에 필요한 사업자금 23억 원을 구하기 위해 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리면서 B사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 배임죄가 성립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B사에 실제 손해가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재판관들은 ‘배임미수’라는 결론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이유를 두고는 격론을 벌였다. 다수의견(양승태 대법원장 등 8인)은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기 전까지는 아직 구체화되거나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려워 위험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별개의견을 낸 김 전 대법관(당시 주심) 등 4인은 “배임죄는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위협이 있으면 성립하는 위험범이 아니라 실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성립하는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배임죄로 판결한 복수의 사건을 배임미수죄로 바꿔야 한다며 그간 판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산범죄로서 배임죄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해석이긴 하지만, 경영의 결과가 초기 손해를 봤다가 추후 수익을 버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례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계열사 투자나 순환출자가 만연한 한국 시장구조에서는 경영자들의 배신적 행위가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형법상 손해의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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