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방위비 분담금 입장차만 확인
-미국 5조원 요구 vs 韓 작년의 10% 인상
-미, 지난해 협상때도 2배 요구…관철 못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인상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난 주 타결되지 않음에 따라 오는 4월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미국 측은 한국 측 분담금 인상을 위해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무급휴직 사태를 수수방관해 주한미군의 대비태세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게 됐다.
23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향후 열흘 안에 한미 간에 방위비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
지난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가 열렸지만, 결렬됐다.
이 회의에서 한국 측은 한국인 근로자들 봉급이라도 먼저 주자는 제안을 했지만, 미국은 본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1조389억원의 6배 수준인 50억달러(약 6조2250억원)를 요구했다가 현재 40억달러(약 4조9800억원)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대표단은 지난해 분담금의 10% 수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매년 9000억원~1조원 수준의 방위비를 부담하던 정부가 내년부터 매년 5조원 수준의 방위비를 내기로 합의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아질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은 협상에서 미국 측에 주한미군이 한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정상적으로 타결하고 협상 타결 후 이를 한국 측 분담금에서 보전해주는 방식,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각서를 체결해 한국이 지급하는 방식 등을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당장 9000여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중 절반 가량인 5800여명이 무급휴직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미 국부부는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무급휴직을 앞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무급휴직이 현실화되면 주한 미군기지 내 군 병원, 우체국, 소방서 등의 가동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한미군 내에서도 대비태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사령관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무급휴직에 따른 대비태세 악화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럽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양국 경제에 미치고 있는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무급휴직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추가적인 압박을 주는 불만족스러운 행위"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임박한 무급휴직 사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은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수만명의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우리 한국인 노동자 모두가 출근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다음 협상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일단 이달 중 대면 회의를 갖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4월 1일 전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며 협의할 계획이다.
양국은 지난 2013년 향후 5년(2014~2018년)에 대한 SMA를 체결하고, 한국은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2017년 9507억원, 2018년 9602억원을 부담했다.
2019년 분담금은 2017년 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해 온 한국 측 분담금 인상 기조에 따라 2018년 대비 약 800억원 인상된 1조389억원을 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전년의 2배 수준인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을 요구한 전력이 있다. 미국은 협상이 여의치 않자 요구액을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로 내렸고, 최종적으로 한국 측 요구액인 1조원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더한 액수를 요구했으며, 최종 합의액은 1조389억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