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엑셀파일, 이메일 등 증거로 적시
다음달 17일 SK이노 이의신청 수용여부 결정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제품. [양사 제공] |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결정을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22일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 증거를 인멸했고, 그로 인해 LG화학에 피해를 끼친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침해를 주장한 영업비밀의 거의 모든 부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또는 관련이 있었을 수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어떠한 정보를 얼마만큼 탈취했는 지가 증거인멸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해 LG화학이 제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음은 물론 판사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문서보안 점검과 그에 따른 문서삭제가 범행의도와는 무관한 통상적인(routine) 업무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TC는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정당하게 문서삭제가 진행됐다면 문서삭제를 위해 발송된 지시 내용을 없애려고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 직원의 이메일 등이 증거자료로 적시됐다.
이 직원이 지난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됐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3일 조기패소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ITC는 다음달 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토 신청을 거부하면 관세법 337조 위반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고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제품은 10월께부터 수입금지 조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ITC 최종결정 이후 대통령 심의 기간(60일) 동안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