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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발 국제질서 재편…中 ‘UP’-美 ‘DOWN’
中, ‘발생국’ 사지에서 극적 생환
구호의 손길 내밀며 평판 급반전
美, 초기대응 허술·전략부재 노출
트럼프 리더십 테스트 ‘낙제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제질서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지(死地)에서 생환한 듯한 중국의 위상은 경기순환곡선으로 치면 ‘V’자형 반등 중이다. 생존 기로에 선 나라들에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 평판을 높이고 있다. 세계를 이끌던 미국은 위험에 처했다. 코로나19 초기대응 허술·전략 부재로 체면이 구겨졌다. 크게 하락한 위상은 중장기적으로도 복구가 어려운 ‘L’자형을 그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커트 캠밸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흔들리는 미국이 만들어낸 공간을 중국이 빠르고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전략적 외교 행보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감염자가 급감, 안정권에 진입하자 중남부 유럽국과 ‘17+1’이라는 협의체를 통해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아프리카·아시아에서도 중국 대처법의 우월성 홍보에 열을 올리며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중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의료품 지원 전술이 먹히고 있다. 전시 상황처럼 산업계를 동원해 마스크 생산량을 10배 늘렸다.

이렇게 확보한 물품은 이탈리아·이란 등에 전달했다. 의료진도 파견해 든든한 지원자를 자임했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우릴 도운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세계에 각인된 것이다. 수년간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글로벌 거버넌스 확보엔 어려움을 겪었는데 코로나19가 한 방에 해결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발병으로 인한 희생자 급증, 바이러스 존재를 처음 외부에 알린 의사 리원량(李文亮) 처벌과 사망, 정보검열 등 중국을 코너에 몰았던 이미지는 세탁됐다. 때마침 중국 당국은 이날 리원량 사망 사건에 대한 42일간의 조사 결과를 내고, 그의 내부고발은 유언비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를 처벌한 경찰은 직무유기를 했다고 결론지었다. 당국의 책임을 일부 인정, 코로나19 사태 최대의 아킬레스건을 자연스럽게 가리려는 치밀함도 읽힌다.

미국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리더십 테스트에서 현재까진 낙제점이다. 마스크 국내 수요도 맞추지 못하고, 진단 검사도 타국 대비 속도가 나지 않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2014~2015년 에볼라 위기 때 미국 주도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핵심 의료품을 외국에 지원했던 전례와 딴 판이다. 유럽연합(EU)발 여행자의 미국 입국 30일 금지 조치는 동맹국과 사전 협의조차 없던 것이다. 글로벌 리더의 격에 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미 고위 관료들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과 대치 전선을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활용한 원고에 ‘코로나’로 인쇄된 글자에 검은 펜으로 두 줄을 긋고 손으로 ‘중국의(Chinese)’라고 써놓은 게 워싱턴포스트(WP) 카메라에 잡혔다.

커트 캠벨 전 차관보는 “코로나19 발원이 어딘지를 놓고 누가 더 대응을 잘하는지 따져봐야 얻을 게 적다. 중국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미국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미국은 우선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막은 뒤 위기의 진정한 해답인 백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외교잡지 포린어페어스에 썼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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