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IMF 외환위기에도 경험하지 못한 1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유사 CEO들이 연이어 극약 처방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1997년 9달러선을 기록한 이후 세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데 이어 전 세계적인 이동제한으로 수요가 급감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생존을 위한 마지막 비상카드까지 쏟아내고 있다.
휘발유가 수입해오는 원유 가격 보다도 싼 상황으로까지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만들어진 석유제품을 마냥 보관할 수만은 없어 손해폭이 커지더라도 일단은 시장에 덤핑 가격으로라도 내다 팔고 있다. 들여오는 원유 수입량을 줄이면서, 석유제품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공장 가동률 또한 하향 조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유사들은 이미 줄인 가동률을 추가적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4.4%(6.58달러) 폭락한 배럴당 20.37달러를 기록하자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은 일제히 추가적인 내부 비용 절감 방안을 주문하고, 공장 가동률 추가 조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계열사 CEO들과 이날 오전에도 비상대책을 논의하며 유가가 추가적인 급락시 하락 폭과 이에 따른 시장 상황별 시나리오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공장 가동률의 추가 조정을 검토키로 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현대오일뱅크도 매주 강달호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용절감과 추가수익창출 방안이 주요 회의안건으로 논의됐다. GS칼텍스는 아예 정기보수를 앞당겨 공장 가동을 일부 축소했다. 여수공장 정제설비 일부의 정기보수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간접적으로 낮추고 있다. 허세홍 사장은 최근 유가하락 국면에서 매일 국제시장 동향을 보고받으면서, 정기보수 외 추가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수시로 주문하고 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