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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 나 때문, 죄책감 들어“…코로나 완치자들 ‘트라우마 상담' 가파르게 증가
완치자 심리 상담 건수 272건에서 보름새 7978건으로
일부 자치구, ‘트라우마센터 연계’ 복지부 지침도 안지켜
“확진자 많은 대구에 비해 그외 지역 완치자 심리적 취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가 죄책감 등으로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완치자와 그 가족의 국가트라우마센터 상담 건수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나 때문에 직장 폐쇄가 된 것 같다. 직장에 돌아가서도 눈치가 보인다. 뿔뿔이 흩어져 가족들이 고생한 것도 나 때문인 것 같다. 죄책감이 많이 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완치자 등의 상담을 진행하는 대구 정신건강보건센터 관계자가 전한 상담 사례다. 이 상담원은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상담자들 중 직장과 사회 복귀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대구 정신건강보건센터는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함께 확진자, 자가 격리자 등에 대한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완치자 중 일부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확진 판정에 따라 자신의 직장이 한동안 폐쇄된 데 대한 죄책감 등을 털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치자에 대한 심리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국가트라우마센터로 연계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완치자 심리 상담 가파르게 증가=이날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자와 그 가족의 상담 건수는 지난 17일(오전 9시 누적 기준)으로 7978건으로 지난 2일 272건, 10일 5273건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확진자 외 자가 격리자와 그 가족의 상담 건수는 지난 2일 5438건에서 17일 4만5708건이 됐다.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격리된 의심자들은 억울함과 분노를 표시하기도 하고 가족과 분리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며 “확진자나 완치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걱정하고 미안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접수되는 완치자들의 상담 건수 중 70%이상이 대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완치자 모두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고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 했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며 “책임을 특정인에게 묻거나 개인이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사회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완치자나 격리자 스스로도 자신들이 겪은 과정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본인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자책하지 말아야 된다”고 덧붙였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연계’ 안내 지침도 안 지키는 자치구도=코로나19 환자나 완치자에 대한 심리 치료 필요성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5일 각 지자체에 ‘완치자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연계하는 안내 문자 발송’ 등이 포함된 지침을 지자체에 내렸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대구의 경우, 안내 문자 발송뿐 아니라 상담센터 직원들이 확진자 또는 완치자에 전화를 걸어 이들의 상태를 지난 17일부터 확인 중이다.

하지만 일부 자치구의 경우 안내 문자조차 발송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정신건강보건센터 관계자는 “25개 자치구중 일부가 퇴원하신 분들에게 국가트라우마센터 연계 안내 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바로 시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대구가 확진자 수가 많긴 하지만, 대구 이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어) 자신이 전파시켰다는 생각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 역시 “대구의 경우 워낙 확진자가 많아서 서로 걱정을 해 주는 분위기”라며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구보다 그 외 지역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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