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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가택연금…‘조건부 보석’ 실효성 논란
‘사건 관계인 접촉금지’ 임종헌 텔레그램 사용, 제한 유명무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법원이 가한 제한을 준수하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임 전 차장은 18일 보안성이 강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법원은 지난 13일 임 전 차장에 대해 보석을 허가하면서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대리인 또는 친족과 사건에 관련하여 만나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직접 접촉은 물론 전화나 이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어떤 방식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임 전 차장 대화 상대방이 사건 관계인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론상으로는 임 전 차장이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면, 법원은 다시 구속하거나 보석 보증금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재구속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구속기간이 거의 만료된 상태에서 풀려났으니 보석조건 어긴 걸 잡아낸다 해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재판을 장기화해야 한다면 1심에서는 재구속하기 힘들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매헌의 김형준 변호사도 “보석 조건으로 여러가지를 다는 것부터가 법원이 형사소송법을 우회하는 것이라 재구속할 명분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보증금을 받아 도주 우려를 상쇄하는 보석을 해주면서 과도한 조건을 다는 게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사실상 가택연금 수준의 제한이 붙었다. 한 중견변호사는 “외출도 허락맡고 하고, 사건관계자도 만나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렇게 증거인멸이 우려되면 6개월 안에 재판을 다 끝냈어야 하고 그 전에 수사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며 “이런식이면 검찰과 피고인 측이 동등한 상태에서 다투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석에 너무 인색한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조건을 달아서라도 석방을 해주는 게 낫다는 반론도 있다.

보석 조건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은 보통 사건 피해자, 혹은 이해관계인이 검찰에 제보를 하면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검찰은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피고인을 다시 구속해달라는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한다. 임 전 차장의 경우 텔레그램 상대방을 확인하는 절차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재구속 사유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재판장에게 불신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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