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길용의 화식열전] “국민이 어려운데, 나라만 배불러서야”
통화정책, 유동성 함정 취약
미국·유럽, 재정정책 본격화
취약한 곳에 현금 직접 지급
건전성 훼손<국민생명·생계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무제한 원유공급 작전도 어찌보면 미국의 셰일오일에 대항해 살기 위한 측면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도, 푸틴도 미국의 ‘위협(?)’에 이겨내야 경제적 안정과 국내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인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공황 위험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권이 끝장 날 판이다.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뭐든 펼쳐서 일단 경제를 살리고 봐야 할 처지다.

현 상황을 거칠게 요약하면 감염에 대한 공포와 그에 따른 경제활동 경색이 수면아래 웅크리고 있던 각종 문제들을 수면위로 부각시키는 국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동성 팽창으로 무마한 상황일 뿐 세계경제의 펀더멘털은 그리 튼튼하지 못한 상황이다. 빚과 불균형 등 난제들이 불타오르기 전에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20세기 초 경제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화재로 번질 수 있다. 탈(脫) 세계화추세에 각 국의 대응이 각자도생으로 진행되지만, 결국 방법은 한 가지로 모아진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이자부담은 줄겠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저마다 현금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게 된다. 형편이 어려운 곳은 돈 구하기 더 어렵다. 금융기관들도 대출태도

가 더 깐깐해진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한국은행도 채권매입 프로그램 가능성을 이미 공표했다. 채권의 범위가 관건이지만 분명 기업에 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금융권 거래가 어려운 자영업과 소상공인이다. 이들은 당장 소득이 크게 줄어들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한계기업은 도태되는 게 맞지만, 일시에 상당수 기업과 근로자가 무너지면 경제에 치명상이 된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정부가 이들에게 최소한의 긴급자금이라도 지급해 생존을 이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여권이 제기했고, 야권이 포퓰리즘이라 반대했던 정책이다. 야권은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근로소득세 대폭 인하를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두 가지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소득세 인하는 근로소득자에게, 특히 고소득자에 혜택이 집중된다. 감세정책은 일단 한번 시행하면 불가역성이 높아 재정부담이 지속적이다. 장기불황 대책으로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는 오히려 중장기 재정 여력을 크게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그래서 재난긴급지원 성격의 직접 현금 지급으로 가닥이 잡혔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재정정책은 정치권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건전한 곳에서는 건전성이 훼손당할까봐, 건전하지 못한 곳에서는 재정위기 걱정으로 갑론을박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는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책이 중요하다. 재정의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어려운데 정부만 배부른 것도 문제다.

마침 우리나라는 총선을,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의원내각제가 많은 유럽도 이번 위기 대처에 정권의 사활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 방역과 경제대첵, 국민 생존과 생계를 다루는 국가적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 지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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