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7일(현지시간) EU 정상들과의 원격 화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EU국가에 대한 비EU 여행객들의 입국을 제한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PA]

유럽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이 추가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외부 국경을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에 합의했다. 이로써 유럽 시민을 포함해 일부 면제 대상을 제외한 외국인들은 30일 간 유럽 내 30개국에 대한 여행이 금지된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7일(현지시간) EU 정상들과의 원격 화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꼭 필요하지 않은 EU 여행을 일시 제한함으로써 우리의 외부 국경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비EU 시민들에 대한 최소 30일 간의 EU 여행 금지를 제안했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조치의 실행이 각국 정부에 달려있다면서도 “그들은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과 솅겐 조약(국경 간 자유 이동 체제)에 가입된 4개 비EU 회원국 등 30개 국가에 적용된다. 집행위에 따르면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럽 시민과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 국민의 가족, 외교관, 의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 상품 운송 인력 등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EU의 외국인 여행 금지 조치는 유럽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가 산발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부 국경 폐쇄라는 EU의 극약 처방이 유럽 전역을 코로나19 외부 유입으로부터 방어함과 동시에 EU 회원국들 간의 단합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이미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이 일방적으로 EU 내 국경 폐쇄를 선언한 상황에서 EU 회원국들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워장은 “내부 국경에서 화물 유통과 식량 공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EU 전역에 걸친 지속적이고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전국 봉쇄령’ 선언과 각국 정부의 잇따른 이동 제한 조치에도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는 17일 345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 누적 사망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확진자는 전날 대비 3526명 증가한 3만 1506명이다.

스페인과 독일은 누적 확진자수가 1만명 안팎을 기록했다. 스페인은 1467명의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며 총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독일 내 확진자는 전날 대비 2080명이 늘어난 935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