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업·콜수 압박 완화 없으면 소용없어…‘재택근무 대안’ 보완 필요”
“목숨 걸고 일한다”는 콜센터 상담사 ‘증언’
희망연대노조 “재택근무 사례, 일부 불과”
“근처에 구로 콜센터 있어 불안” 이야기도
서울시, 콜센터 등에 재택근무 도입 요청
일각에선 “재택근무가 힘든 시스템” 지적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영업, 실적, 콜수 등 업무 압박은 여전해 재택근무자를 포함한 상담사들이 의심 증상 시 업무 중단을 할 수 없게 한다.” “한 달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재택근무를 출퇴근 근무로 바꾼다고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조(희망연대노조)가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CJ텔레닉스 본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나온 콜센터 상담사들의 증언이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날 서울 구로구의 한 보험회사와 대구 달서구의 한 가전회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난 것과 관련, CJ그룹 콜센터인 CJ텔레닉스 측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CJ텔레닉스 관계자는 기존부터 홈쇼핑 재택근무·콜센터를 여러 센터로 분리 운영 중이고 열 감지 센서, 방역 등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는)일부에 해당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손 소독제는 상담사들 중 일부만 지급하거나, 열 센서 감지기가 설치 안 된 곳이 있거나, 센터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업무 특성은 고려 않고 마스크, 물티슈를 상담사가 알아서 준비하게 떠넘겼다. 지난 12일까지도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선도적 재택근무 사례라고 회사는 이야기 하지만 이는 거리 두기 이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법적으로 보장된 감정 노동자 보호,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가 격리, 치료, 유급휴일 등은 그림의 떡인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과 같이 매우 특수한 시기에는 설령 기업의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저해되더라도 모두가 함께 극복한다는 취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밖 현장의 콜센터 상담사들도 불안과 고된 노동환경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A가전업체 콜센터 직원 B 씨는 “계속 말하고 침 튀기고 점심도 같이 모여 먹는 콜센터는 집단 감염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요즘 목숨 걸고 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C가전업체 콜센터 직원 D 씨도 “마스크도 제대로 주지 않아 사비로 (사서)썼다”며 “콜센터는 말을 많이 하고 붙어서 일하는 특성상 사업장 방역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업체가)방역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1일 영상 설명회를 통해 콜센터 등 감염 확산이 쉬운 환경에 놓인 사업체는 재택근무나 교대근무를 즉각 도입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는 권고에 따르지 않아 감염 확산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7조 제1항에 따라 시·도지사가 폐쇄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우선 서울 소재 민간 콜센터 417개에 대해 긴급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택근무 권고 조치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비스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재택근무가 기술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를 실시하려면 재택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시스템 구축 비용을 마련하는 문제부터 개인정보 이슈까지 다른 문제도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아 “한정된 도급 비용을 콜센터 업체가 받아 최대한 많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밀어 넣는 원·하청 구조에서는 (감염병)예방이 불가능하다”며 “유격 공간 마련과 마주보고 일하는 구조 해소 등 기본적인 것부터 한 후에 방역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총 109명으로, 거주 지역별로는 서울이 74명·경기 18명·인천 17명이었다.

po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