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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친문에 밉보여 강서갑 탈락했나…금태섭의 선택은 ‘쿨’했다
조국 반대ㆍ공수처 반대 등 소신행보로 친문에 ‘미운털’
민주당 강서갑 경선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 패배
금 의원 페이스북 통해 “제가 부족해 경선서 졌다” 승복
“재선의 꿈은 사라졌지만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할 것”
친문당원들 사이에서 배제 기류 강했던 것 극복 못한듯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동료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공정의 문제가 아닙니까. 일반 국민의 상식 선에서 생각해야죠. 불편한 진실을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저일줄은 몰랐지만요. 하하하.”

지난해 11월 어느날이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을때 ‘왜 조국 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판해 그렇게 공격당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이랬다. 특정인을 겨냥한 비난이 아니라 상식에 기반한 소신이었다는 뜻이었다. 금 의원은 지난해 9월 조국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향해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불일치를 지적하며 “변명 없이 사과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금 의원은 이에 조국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았다. “스승(지도교수)에 대한 배신자”라는 말부터 섬뜩한 인신공격성의 십자포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걸 화제로 꺼내자, 개인적 인연과의 별개로 상식 선에서 부당한 것을 지적했다는 뜻의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여권내 이런 미스터(Mr) 쓴소리 하나쯤은 있어도 나쁠 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금 의원은 일관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했고, 나중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땐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여당 입장으로선 자꾸 돌출행동을 했고, 결국 친문 강성 지지층에선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금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강서갑 총선출마 본선행에서 미끄러졌다.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경선 승리자는 원외 도전자이며 여성 후보인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전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이다. 이로써 강서갑 현역의원인 금 의원의 ‘강서 재도전’은 좌절됐다. 언론들은 이를 ‘이변’으로 표현했다. 인지도 측면에서 금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했는데, 신예나 다름없는 강 전 부대변인이 최종 공천 티켓을 거머쥔 것으로 보곤 그런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정치권의 시각은 조국 반대와 공수처법 반대로 친문지지층에 밉보인 금 의원이 결국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게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왼쪽)과 김병기 의원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강서갑은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곳이다. 여당과 일정 스탠스가 다른 금 의원이 공천을 받으냐, 못받느냐는 것이 초미의 관심이 돼 왔던 것이다. 실제로 친문당원들 사이에선 색깔이 다른 금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 의원의 인위적 공천 배제시엔 민주당으로서도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천 과정에서 신중을 기했다는 말도 뒤따른다. 금 의원 공천 탈락과 관련해 민주당이 당장 혹시 있을 수 있는 당내 논란과 총선 전체 전략에 재차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암튼 금 의원의 공천은 불발됐지만, 그 과정에서 강서갑은 최대의 잡음을 일으킨 지역이었다. 금 의원에 대한 냉랭한 시각 속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조국백서’ 필진인 김남국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했다. 공개적으로 “금태섭을 떨어뜨리겠다”며 친문세력을 의식한듯한 전략도 취했다. 그러다보니 강서갑은 ‘조국 대 반(反)조국’ 구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교통정리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고, 김 변호사는 경기 안산 단원을로 이동 배치된 것이다. 그리고 나중엔 강 전 부대변인이 경선에 가세했고, 최종 공천티켓은 그의 차지가 된 것이다.

이러다보니 강서갑은 ‘자객 공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태섭을 드롭시키기 위해 제1, 2, 3의 자객을 줄기차게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민주당은 금 의원을 포함한 일부 지역구만 먼저 후보자 추가공모를 발표했고, 이에 정가에선 금 의원을 겨냥한 표적 공모가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었다.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이 중 하나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 전 교수는 금 의원의 경선탈락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서 기어이 금태섭의 목을 쳤다”고 했다. 그는 “정봉주의 암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엔 역시 조국의 이름을 팔며 김남국이 나섰다. 이 친구의 시도마저 실패하자 부랴부랴 마지막 자객으로 보낸 게 강선우”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강 전 부대변인을 ‘조국 키즈’라 정의했다. 그의 입장에서 정 전 의원이나 김 변호사, 강 전 부대변인의 공통점을 ‘금태섭 자객’으로 꼽은 것이다.

그의 시각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분명한 것은 금 의원으로선 뼈아픈 패배다. 강서갑 재도전에 실패한 이상 향후 행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금 의원의 공천 탈락이 번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재심은 신청 가능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 금 의원의 공천 탈락 직후 여당을 비롯한 정가에서 그가 취할 스탠스에 주목한 것은 이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었다.

금 의원의 선택은 ‘수긍’이었다. 쿨(Cool)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금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서갑 경선 탈락과 관련해 “정말 많은 분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는데 제가 부족해서 경선에서 졌다”며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선의 꿈은 사라졌지만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지난 4년간 국민의 대표로서, 그리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일했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다”며 “공직은 봉사하는 자리라지만, 저 개인에게도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의 원천이 됐다”고 했다. 또 “앞만 바라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던 한순간 한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의원실 동료들을 비롯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일했던 모든 분, 그리고 특히 강서갑 주민들께 너무나 큰 빚을 졌는데 살아가면서 갚겠다. 늘 감사드린다”고 했다.

패배를 받아들이고 일단은 남은 임기 활동에 주력하면서 자신의 일을 되돌아보겠다는 뜻이다. 아픔이 곳곳에 들여다 보이지만, 아름다운 수긍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사실 개인적으론 금 의원의 이같은 ‘쿨한 인정’이 반가웠다. 혹시 금 의원이 강서갑 경선 패배에 대해 불복 제스처를 취했거나 당에 항변이라도 했다면 실망할 뻔 했다. 경선 패배에 대해 여러가지 변명을 늘어놓았다면 그것 역시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결과엔 반드시 원인이 있는 법이다.

강서갑 경선에서 승리한 강 전 부대변인 쪽에 따르면, 이번 경선에서 금 의원은 일반시민 투표(50%)와 권리당원 투표(50%)에서 모두 밀렸다고 한다. 강 전 부대변인은 여성 가점(25%)을 적용 받았는데, 가점 적용을 하지 않더라도 강 전 부대변인 65, 금 의원 35 정도로 차이가 났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강 전 부대변인 측 말이니 자세한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일반시민 투표에서도 모자랐다는 것은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금 의원의 재선 도전은 실패했지만, 그가 여당을 탈당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남은 임기동안 마무리를 잘한다면 여권의 향후 ‘기대주’임은 분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 의원의 경선 탈락 소식 직후 여권 인사 두어명과 통화를 했는데, 이들 역시 이런 해석에 토를 달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일률적인 목소리를 내는 여권에서 금 의원 같이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며 “그의 가치는 언젠가 인정되고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 역시 “금 의원과는 생각이 다른 것은 많지만, (금 의원이)묵묵히 자신을 성찰하고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친문의 총력 저지로 재선 도전이 불발됐든, 소신 발언으로 자기 덫에 빠졌든, 중요한 것은 금 의원으로선 오늘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철새’를 경계하고 일관된 생각으로 후일을 도모한다면 언젠가 다시 ‘금태섭 의원’을 볼 수 있다는 게 여권내의 상당수 반응이다.

친노(친노무현)도, 친이(친이명박)도, 친박(친박근혜)도 모두 영광과 추락이라는 정치와 인생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친문 역시 영원할 수 없다. 현재 상황에 따른 계파 연연보다는 ‘큰그림 정치’가 생명력이 더 강하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끊임없이 확인돼 왔다. 매우 건방지지만 현재의 패배 아픔에 빠진 금 의원에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금 의원이 다시 정치무대에 설지, 아니면 영원히 자연인으로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경선 패배에 대해 쿨하게 인정한 것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금 의원, 멋지네요.”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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