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코로나19가 앗아간 50일…평범한 일상은 기적이었다”
8살배기 아이 “엄마, 나 근데 학교 언제가”
항공기 승무원 “바쁜 비행 스케줄 그리워”
전문가 “일상 정상화되면 원동력 삼아야”
주말인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 거리 공연(버스킹) 금지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10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지 만으로 50일이 지나면서 “코로나가 앗아간 일상은 기적이었다”며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목소리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태’가 정상화됐을 때 활기를 찾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는 활기찬 출발을 상징하는 3월의 학교 풍경을 앗아갔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장기적인 휴업령을 내린 상태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윤모(40) 씨는 “여덟 살배기 아들이 처음에는 학교 안 가도 된다고 신났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급기야 지난주부터는 입학 선물로 마련해 준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엄마, 나 근데 학교 언제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처음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할 줄 몰랐다. 그저 웃어넘기기엔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각국의 입국 금지로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 재직 중인 승무원 김모(37) 씨는 “비행 일정이 빡빡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회사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예전처럼 힘들어도 전염병 걱정은 안하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청년들의 연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22) 씨는 “요즘엔 모임을 주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데다, 소개팅조차 습관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이후’로 미루고 있다”며 “개강 연기가 풋풋한 연애마저 연기시킨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만남도 미뤄지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당장 확진자를 접할까 봐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우 마스크를 쓰면 화장도 제대로 하기도 힘들다”며 “사회적으로 처진 분위기는 물론 확진자 등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주말 취미 생활, 가족들과 외식마저 제약받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송모(36) 씨는 “놀거리 대안이 없을 때 찾았던 영화관, 별생각 없이 돌아다녔던 아이쇼핑, 하다못해 대중교통과 택시 이용까지 평범했던 일상이 그립다”며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가면 일상 하나하나가 새롭고 감사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모(39) 씨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사용하던 농구장이 폐쇄됐다. 주말에 찌뿌둥해 동네 학교를 찾아 공을 던져 봤지만, 건물 화장실 사용까지 관리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족들이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37) 씨는 “설 연휴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게 정말 후회된다”며 “지금은 내가 가기도 뭐하고, 오시라고 해도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지금은 집밖을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 버튼마저 신경 써서 팔꿈치로 눌러야 하는 상황 아닌가. 어쩔 때에는 동네 대형 마트가 폐쇄되지 않고 장을 볼 수 있다는 현실마저 감사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람들의 마음은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 지난 2월 25~28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는 응답이 59.8%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연구팀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1월 31~2월 4일(1차 조사) 진행한 설문에서 같은 응답 비율(48.0%)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차 조사 때 10.2%에서 4.2%로 줄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본래 적응의 동물이다. 당연시했던 일상을 코로나19가 앗아가면서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적인 일상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 물리적 공간이 대부분 차단됐지만, 이를 기화로 심리적 공간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그것이 다시 일상이 정상화됐을 때에도 활기차게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youkno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