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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롱, 연금개혁 정부 단독입법 기습 추진…프랑스 긴장 고조
코로나19 논의 국무회의서 전격 추진 결정
의회 패싱 논란…야권 “민주주의 파괴” 맹비난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노정갈등의 핵심인 연금개편 법안을 의회의 심의 없이 행정부 권한으로 단독 처리하기로 했다. 특히 마크롱 정부의 퇴직 연금 체제 개혁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프랑스 총파업이 있었던 만큼 이번 결정으로 프랑스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무더기로 제출된 수정법안 때문에 심의가 지연된다고 지적하고, 헌법 조항에 따라 정부의 단독 입법을 추진하기로 전날 기습 결정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여당이 장악한 프랑스 하원에서 법안 심의를 지연하는 궁여지책으로 무려 4만1000건에 달하는 수정안을 쏟아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진정한 논의가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자명하다”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교착상태를 비판했다.

프랑스 헌법에는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의회가 해당 법안에 반대 결의안을 가결하면 정부 입법은 무효가 된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결성한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하원 577석 중 300석이 넘는 의석을 장악하고 있어 반대 결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프랑스 야권에서는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보건 위기를 틈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책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차단 대책을 세우려고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극우성향의 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 국민이 이런 수치스러운 작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우파와 좌파 성향의 정당에서는 정부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 결의안을 제출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도대체 어떤 정부가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데 보건위기를 이용하느냐”고 따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 개혁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연금개편안은 42개로 나뉜 연금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특정 직종에 돌아가는 특혜를 없애고 노동자의 전체 급여 기록을 따져 연금을 산출하는 게 그 골자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연금개편안을 두고 작년 12월부터 대규모 반대시위와 각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열렸다. 운송 노동자처럼 장시간 파업에 참여한 이들은 무급 기간이 길어진 데 부담을 느껴 일터로 돌아간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반감과 맞물린 연금개편안 반대시위는 불평등 해소를 기치로 내걸고 2018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조끼 시위’와 같은 폭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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