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천지 살인죄 고발에 법조계 ‘부적절’ 비판…질본은 ‘강제수사 역효과’ 의견
서울시 고발에 법조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입증 어려워…형사과잉 우려”
고발 경고로 방역 협조 유도한다는 해석도
윤석열 “방역 도움 주는 수사” 당부…대검 “압수수색 사전 협의하라”
2일 신천지 교육생인 공익근무요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강원 강릉시 내곡동 주민자치센터가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을 살인 혐의로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 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 역시 당장은 강제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 실무자들은 지난달 28일 세종시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를 만났다. 두 방역당국은 “방역에 필요한 신천지 관련 명단을 확보한 상태고, 당장은 강제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의 강제수사가 되레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방역에 도움을 주는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고, 대검찰청은 각급 검찰청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시 대검과 사전 협의하라고 알렸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등 방역 당국의 의견을 반영한 수사를 하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흐름은 정반대다. 서울시는 전날 이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을 살인죄, 상해죄 및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신도명단과 관련해 누락이나 허위기재 의혹이 제기된 점을 설명하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신천지를 언급하며 수사의뢰가 없어도 강제수사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시 조치가 되레 방역에 혼선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장검사 출신의 이승한 변호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살인 의도가 없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서초동의 변호사는 “역학조사 방해혐의도 고의로 명단을 누락하거나 감염확산을 방치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거세진 상황에서 교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당국에 소극적으로 응했다고 했을 때 이를 반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감염병 확산과정에서 교인이나 종교단체를 역학조사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데에 신중한 편이다. 2001년부터 2011년 미 필라델피아에서 판사를 지낸 로즈마리 디피노 카운티법원 판사는 변호사 시절 ‘종교적 치료거부’사건을 다루면서 “형사처벌은 오히려 극단적인 교인들이 음지에서 활동을 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국가방역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7년 만에 최악의 홍역 창궐을 겪고 종교적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법안은 정부가 감염자에 대해 입원·자가격리·백신접종 등의 제재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정치권의 강제수사 압박과 지자체의 ‘고발 경고’가 신천지의 방역협조 등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횡령과 배임혐의로 고발된 이 총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움직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역학조사 방해나 질병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특정 종교나 종교인을 처벌하기는 어렵고, 처벌한다고 해도 벌금형에 그친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강제수사를 강조함으로써 현재 고발조치가 이뤄진 이 총회장에 대한 횡령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참사와 무관한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