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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드]뇌 수술 받는 도중 악기 연주하는 사람들
지난달 31일 바이올리니스트 다그마 터너 씨(53)가 런던 킹스칼리지 병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뉴스24팀] 수술대 위에 누운 한 여성 환자가 눈을 감고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주위에 둘러선 의료진들은 신중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며 수술을 진행합니다. 미국의 인기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나 ‘하우스’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지난달 31일 런던 킹스칼리지 병원 수술실에서 촬영된 영상을 소개했습니다. 영상에서는 환자복을 입은 여성이 두개골을 절개한 상태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은 40년이 넘는 연주 경력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현재는 와이트섬 교향악단에서 활동 중인 다그마 터너 씨(53)입니다.

터너 씨는 2013년 뇌 오른쪽 전두엽에 종양 진단을 받은 후 뇌종양 제거 수술로 인해 10살 때부터 시작한 바이올린 연주 능력에 영향이 갈까 봐 두려워 수술 대신 방사선 용법으로 치료를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종양이 계속 커지면서 작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자 뇌수술은 선택 밖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터너 씨의 마음을 이해한 킹스칼리지 병원의 신경외과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애쉬칸 교수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환자를 위해 세심하고 혁신적인 수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애쉬칸 교수의 의료팀은 수술을 시작하기 전 터너 씨의 뇌 구조를 분석한 후 수술 도중 터너 씨에게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했습니다. 그녀의 뇌 오른쪽 전두엽에 있는 종양은 왼손의 섬세한 움직임을 조정하는 뇌 부위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정교한 수술 테크닉을 필요로 했습니다. 의료팀은 환자 손의 움직임과 관계된 뇌의 특정 영역을 확인해가면서 그 부위를 피해 종양을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수술은 6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2017년 7월 11일, 인도 방갈로르에서 아비쉑 프라사드(37)가 뇌 수술을 받는 도중 일어나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CNN 캡처]

뇌 수술 도중 악기를 연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뇌 수술을 받는 중간에 깨어나 악기 연주가 가능한 것은 뇌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어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소 마취만 한 상태로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 정밀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악기 연주가처럼 손으로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는 직업군에서 흔치 않게 고려하는 수술 방법입니다.

인도에서는 2017년 기타 연주자 아비쉑 프라사드라는 37살 남성이 뇌 수술을 받으면서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프라사드는 뇌신경에 문제가 생겨 2년여 가까이 기타를 연주할 때 왼손 세 손가락에 경련이 오기 시작했는데 인도의 수술팀이 손가락 경련과 관련된 뇌의 특정 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그에게 수술 도중 깨어나 기타를 연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수술은 4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2018년에도 미국의 60대 플루트 연주가가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DBS)을 받는 도중 플루트를 연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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