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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모킹건 vs 인권…‘휴대폰 압수수색’ 불붙은 검법 전쟁
法 “출력 불가때 데이터매체 압수”
핸드폰 압색 영장 엄격 적용 권고
최근 판사들 인권중시 기조 강화
검찰 “디지털 범죄 갈수록 고도화
증거분석 관련성 폭넒게 인정해야”

현대인 필수품인 휴대폰에는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통화 녹취록, 문자메시지, 인터넷 접속기록,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 대화내용, 사진, 영상 등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스마트폰을 확보하면 소유자의 지난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 사생활에 대한 각종 정보까지 다 담겨 있어 수사기관의 압수관행이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실제 법원에서는 최근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휴대폰이나 PC등의 데이터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은 “범위를 정해 자료를 출력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만 휴대폰과 PC 등 데이터 저장매체의 압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복제하기 쉬운 디지털 정보는 수사대상의 참여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휴대폰 및 컴퓨터 자료를 복제하는 ‘이미징 작업’ 등 압수수색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7년 대법원은 휴대폰 및 디지털 자료를 압수할 대 압수를 당한 사람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며, 휴대폰 안에 저장된 저장정보도 목록을 작성해 영장에 기재해야 한다고 했다.

한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최근 인권을 중요시 여기는 기조가 강해짐에 따라 판사들이 웬만하면 휴대폰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는 추세”라며 “스마트폰이 범행에 직접 쓰인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주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법원이 영장전담 부장판사들에게 교부하는 대외비 자료인 ‘압수·수색영장 실무’는 수사기관이 PC나 USB보다 스마트폰 압수수색을 선호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영장발부에 신중해야 한다는 권고사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등 디지털 장비들은 정경유착, 기업범죄, 사이버범죄 등 중대범죄를 풀어낼 ‘스모킹건’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혐의와 관련된 디지털 자료를 확보하려면 일단 휴대폰을 압수해서 디지털포렌식팀에서 이미징 작업을 거쳐 증거분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혐의와 관련 없는 데이터도 복사될 수밖에 없다. 그걸 걸러내는 작업을 하는 데에도 영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휴대폰을 압수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를 푸는 핵심증거도 휴대폰에서 발견됐다. 박 전 대통령과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 최 씨가 국정을 논의하는 녹음파일이 발견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휴대폰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개별면담 일정을 준비하는 문자기록들이 나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최 씨가 운영할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재벌총수들과 독대를 하고 지원을 요청했다는 정황을 풀 단서였다.

이 때문에 휴대폰 및 데이터 기기 등에 대한 압수수색 기준이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발달로 클라우드 정보나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휴대폰 압수수색에 실패한 검찰은 법원에 발부받은 영장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사무실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동기화된 데이터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해왔던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의 종료시점과 대상, 피의자 참여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의 여부, 압수목록을 어느 정도 구체화해서 압수를 당하는 사람한테 교부해야 하는지를 두고 늘 쟁점이 있어 왔다”며 “디지털 범죄기법이 고도화하면서 디지털증거의 압수수색 기준도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에 정통한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IT기술 현황과 발전속도에 맞춰 수사기관은 수사기법을 발전시키고, 법원은 그에 맞는 증거인정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휴대폰을 넘어 클라우드 정보를 어디까지 압수수색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논란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스마트폰 보급이 일반화되고 데이터 기술이용이 보편화되면서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때마다 잇따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던 A씨에 대한 지문, 홍채정보 채취를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는 ‘자기부죄금지’ 원칙을 위해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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