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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0년전 페스트 창궐 때 헨리6세처럼…“키스 말라” 유럽국 늘어
신체접촉 최소화 차원
伊선 종교행사도 취소
이탈리아의 피에란토니오 트레몰라도 브레시아시(市) 주교가 26일(현지시간) ‘재의 수요일(사순철 첫째날)’ 미사를 소수의 신도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이 코로나19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었다고 밝히자, 일부 시에선 이 행사를 아예 취소했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형)’ 공포가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통용돼 온 키스·포옹 등의 애정섞인 인사법도 바꿔 놓고 있다. 싱가포르·이란·러시아·인도 등의 보건당국이 이런 행동을 금하라고 한 전례를 따르는 형국이다. 코로나19의 유럽 내 전파국처럼 돼버린 이탈리아의 일부 교회에선 성찬식도 취소하고 있다. 신체 접촉을 최소화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급박함에서 나온 조처들이다.

27일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의 보건당국은 사람들간 인사할 때 신체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 1439년 영국의 헨리6세가 ‘페스트와의 전쟁’에서 키스를 금지한 것의 재현에 비유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인들은 상대방과 뺨을 맞댄 채 입술을 내밀던 인사를 꺼리고 있다.

로마에 거주하는 지오르지아 니그리 이코노미스트는 “뺨에 키스하는 걸 더 이상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한다”며 “처음엔 이상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속한 그룹을 만날 땐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마이클 오스터 홀름 미네소타대 전염병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까지 퍼지면 전통적 인사를 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종교행사도 코로나19로 관행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탈리아에선 성찬식 때 신자들의 혀에 음식을 놓는 대신 손에 얹고 있다. 행사를 아예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런던에 있는 퀸메리대 존 옥스포드 교수는 “남은 인생 동안 우리 관습을 바꿀 필요는 없다”며 “위기가 해결될까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키스·포옹의 전면적 중지를 권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WHO는 앞서 사람들이 인사할 때 최소 1m 이상의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권고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초기 감염자에겐 특별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자체적인 방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다.

옥스포드 교수는 “이 전쟁엔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나 과학자만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며 “한 명이라도 일을 망치면 곤란해질 것”이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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