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발열 체크한 뒤 진료과에서 해외·대구경북 방문력 조사
병원 관계자 "메르스 때 경험으로 지나칠 정도로 촘촘하게 관리 중"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출입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병원 출입이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급병원 출입문. “마스크 필수 착용! 마스크를 쓰지 않으신 분은 병원 출입이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방문자를 맞고 있었다.
일 평균 3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병원 중 한 곳인 이 곳은 ‘코로나19’와의 끝없는 전쟁에 나서고 있었다. 병원 내 감염이 이뤄질 경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와 같은 최악의 악몽과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착용한 것에 안도하며 병원문을 들어서자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모든 출입구를 열어 놓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출입문은 최소한의 출입구만 가동하고 있다.
출입구를 들어서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카메라를 마주했다. 카메라는 열화상 카메라로 출입자들의 발열을 체크하고 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가 확진환자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 달 29일부터 발빠르게 병원 주요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10대를 설치하고 병원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병원 방문객 중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의료진이 직접 이마에 체온계로 열을 체크한다. |
만약 여기서 발열이 의심되는 방문객이 발견되면 의료진이 직접 이마에 체온측정기를 갖다 댄다. 여기서도 발열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면 그 즉시 다른 사람과 접촉을 분리하고 선별진료소로 안내를 받게 된다.
두 번째 관문까지 통과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방문하는 진료과에 도착하더라도 한 번 더 검역망을 통과해야 한다. 환자는 최근 2주간 해외 여행력이나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지 의료진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되는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면 병원 본관에서 떨어진 안심진료소로 이동해 진료를 받게 된다.
환자가 아닌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각 병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병원 근무요원이 상주하며 어떤 일로 병원을 방문했는지, 환자 면회객이라면 병원에서 발급한 카드를 제시해야만 병실로 갈 수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도 예외는 없다. 최근 2주 이내에 중국 등 해외 오염지역이나 대구경북 등을 방문한 직원은 출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마스크 착용-발열 체크-해외여행력 확인’과 같은 3단계의 과정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다.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런 철저한 방역망 가동은 이 병원뿐이 아니다. 서울의 다른 모든 상급종합병원들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입구에서 발열 체크 및 해외여행력 등을 파악하고 있다. 만약 여기서 의심이 되는 사람은 따로 동선을 분리시켜 선별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에 몇 만명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이런 철저한 방역망 시스템을 가동해야 단 한 사람의 의심환자도 걸러낼 수 있다”며 “이렇게 해야 설령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접촉자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지나치게 해야 하냐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혹시 모를 단 한 사람의 의심환자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병원 방문객들도 적극 협조해주고 있다”며 “이런 거미줄같은 방역망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국내 큰 병원이 뚫린 걸 옆에서 지켜 본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19에 뚫리게 되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에는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가 많다. 경북이나 부산의 중소병원이나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병원처럼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한 것이 밝혀지면 병원 일부 구역이 폐쇄되거나 심할 경우 코호트 격리가 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입원해 있는 환자도 많을 뿐 아니라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증질환자가 많기에 다른 병원에 입원이 가능한지,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등을 알아보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은 “상급종합병원처럼 감염 방역체계가 잘 갖춰진 곳이 대구경북과 같은 어려운 곳에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며 “지금은 자기 병원이 뚫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