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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신의칙’ 기준 나온다…대법, 현대重 사건 전합 회부
통상임금지급 책임 1·2심 엇갈려
회사 자금상황 적용 기준 구체화
명절상여금 포함여부도 쟁점될듯

기업이 밀린 통상임금을 지급할 때 회사 자금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기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구체화 될 예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정모 씨 등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4년만이다.

이 사건은 7500억 원에 달하는 임금 지급 책임을 좌우하는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은 2012년 12월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 800%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소급 임금으로 지급하라”는 대표 소송을 냈다.

2013년 12월 대법원은 통상임금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리면서도 기업 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임금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미 근로자들이 임금협상을 한 이상,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울 경우에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이유로 줘야 하는 밀린 임금 소급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임금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치 않아 후속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안에서도 ‘신의칙’ 적용 여부가 1,2심 결론을 갈랐다. 2015년 2월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 경영 사정이 악화됐지만 이를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고, 상여금 800%(명절상여금 100% 포함)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고법은 이듬해 1월 명절상여금 100%를 제외한 700%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추가 발생하는 임금 소급분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5년 2분기 동안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이 1분기 대비 약 1.4배, 당기순손실은 약 3.5배에 달해 적자폭이 크게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2014년도 이후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보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 보면, (통상임금으로 인한) 추가부담액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안게 돼 적자의 지속적 누적으로 재무적인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는 신의칙 외에 명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심에서는 통상임금이라고 봤지만, 항소심은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성을 결여했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는 명칭을 불문하고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본다. 고정성은 급여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돼야 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조건을 성취해야 지급되는 수당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두 전직 대법관의 자존심 대결로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근로자 측은 법무법인 바른에서 일하고 있는 박일환(69·사법연수원 5기) 변호사, 사측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손지열(73·사법시험 9회) 변호사가 각각 사건을 맡았다. 두 변호사 모두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으로 법리에 해박하고, 대법관 재직시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해 한 때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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