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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장르드라마의 유행이 의미하는 것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드라마를 보면 뚜렷한 트렌드가 있다. 장르물들이 확연히 늘어났다는 점. 장르물을 쓰는 작가들은 대다수가 신인이거나 신진이다. 하지만 완성도는 매우 높다. 경력이 많은 기성 작가들의 존재감을 약화시킬 정도다. 장르물속 직업묘사가 어설펐던 과거와는 달리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놀랄 정도로 잘돼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지방 지청 검사들의 애환 등을 담아 실제 검사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검사내전’, 기간제 교사 이야기인 ‘블랙독’, 야구시즌을 준비하는 프런트들의 겨울 이야기인 ‘스토브리그’, 경제관료 드라마 ‘머니게임’ 등이다.

장르물에서 리얼리티가 강해진 이유는 그 분야 사람들이 쓰거나 철저한 취재를 통해 현실에 바탕을 둔 직업을 그리기 때문이다. ‘검사내전’은 김웅 전 부장검사가 썼고, ‘블랙독’도 교직에 3년간 몸을 담았던 박주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작가의 데뷔작으로 자문위원만 18명에 달한다.

이의 시작은 아마 문유석 부장판사가 쓴 ‘미스 함무라비’(2018)일 것이다. 현직판사가 쓰다보니 현실에 바탕을 둔 풍부한 사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작가 없이 찍다보니 사건이 나열형이 되는 경향도 있다. 이 경우 ‘드라마 투르기’에서 비롯되는 극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해당분야 사람이 아닌 일반작가라 해도 대충 취재하던 시절은 지났다. ‘스토브 리그’는 이신화 작가의 입봉작이지만 무려 4년간 묵혀 완성도를 확보해 나간 작품이다. 금융스캔들 위기를 다룬 ‘머니게임’도 이영미 작가의 입봉작으로, 라디오 다큐드라마 ‘대한민국 경제실록’과 시사프로 ‘시선집중’을 집필했던 경험을 살렸다.

장르물의 유행은 멜로물과 가족극, 사극 위주였던 과거에 비해 욕망과 취향, 라이프 스타일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강하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직업군과 그들 일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장르물이 자주 방영되는 넷플릭스 등 OTT와 유튜브, SNS를 통한 글로벌한 콘텐츠 시청으로 시청자의 눈높이가 올라가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점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와 영화의 구분도 희미해져간다. 넷플릭스는 드라마라는 말을 쓰지 않고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 속 이야기들이 좀 더 정교해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더불어 자기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클리셰는 망한다. 과거에는 클리셰가 드라마를 편하게 보게 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지금은 지루해서 못보게 되는 요인이 됐다.

‘스트브리그’에서 남궁민과 박은빈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게 훨씬 낫다.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안된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오피스 드라마로 제작됐다. ‘머니 볼’이 아니라 ‘미생’ 처럼 만들어, ‘야잘알’(야구 잘 아는)은 물론 ‘야잘못’까지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검사내전'은 다양한 민사소송 등 민생사건과 검사 개개인의 일상은 기본이고, 특별수사단장이 이선웅 검사(이선균)에게 "조직은 살아야지요"라고 말해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합리화되며 진실이 덮어져 버렸는지를 느끼게 하고, "자신(검사조직)의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건 애초에 안되는 일이었나 봅니다"라는 이션균의 내레이션 같은 민감한 대사도 나온다.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교사되기라는 생존기를 그리면서도, 학교안 융합수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특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퇴하는 황보통 같은 학생을 통해 “지금 현 시대 선생님이란 게 무엇일까"라는 묵직한 질문까지 던진다. 이제 헐렁한 드라마는 금세 표시가 나는 세상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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