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현재 건설 중인 국경장벽 사진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민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이민에 깐깐한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이민자수 감소는 장기적으로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경제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작년 순이민자수는 59만5000명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성을 자랑하던 미국엔 중요한 변화로, 미숙련 이민자들의 수가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인접한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막는 등 강경책을 시행한 영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 예산 중 38억달러(한화 약 4조5000억원)를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의회에 최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명목임금(2018~2019년)은 3% 이상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성장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고교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의 임금이 최근 몇 년간 10% 가량 상승한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 이민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바뀐 이후 나타난 현상이란 점에서다. 고든 핸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가정부·빌딩유지보수 근로자·건식벽체 설치 인부 등 이민자에 의존해 온 직업에서 특히 임금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민자수 감소→임금상승’의 외견상 반(反)이민정책이 성공적이라는 시그널을 던지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미국인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위해 이민을 현행보다 절반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임금이 오르는 듯하지만, 국경 봉쇄 등의 조치는 실제론 임금을 감소시킨다는 복수의 연구결과를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
스탠포드대의 란 에이브라미츠키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1920년대 국경 봉쇄 이후 미국 출생자들의 소득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의 마이클 클레멘스 등도 1960년대 멕시코 노동자 50만명을 추방했던 사례를 연구, 미국의 고용이나 임금을 늘리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미국이 이민을 막으면 자국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이라고 했다.
핵심은 경제가 이민자들의 감소 추세에 맞춰 변화한다는 점이다. 자국민(원주민)은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면서 임금 상승을 경험하지만 기업활동은 점차 덜 노동집약적인 방향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자국민은 이전엔 이민자들이 하던 일을 떠맡아 저임금을 받게 되는 구조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규제는 미래 번영에 관한 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