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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 ‘노-노 갈등’ 또다시 부글부글
채용 등서 단원노조 입김 세지자
기업노조 “지회장 비리감사” 요구
단원노조, 노조 와해 시도 등 고발
시의회 문광위서 진상 파악나서

‘서울시향 사태’ 이후 잠잠했던 서울시 산하 서울시립교향악단 내부가 또 다시 시끄럽다. 직원 채용, 임금체계와 인사 평가 등에서 단원 노동조합 입김이 세지자, 이에 반발한 일반직원과 일부 단원 중심의 기업노동조합이 생겨나며 노-노간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까지 진상 파악에 나섰다.

17일 서울시향 기업노조에 따르면 이 노조는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시향 단원노조 지회장인 A씨의 인사 청탁을 감사해달라며 지난달 30일 재단 감사실에 특정 감사 실시 요구서를 제출했다.

기업노조는 A씨가 지회장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본 경영본부 직원들과 비노조 단원들이 뭉쳐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잡음은 지난해 1~5월 진행된 ‘재단 임금체계 및 인사평가제도 개선방안’ 수립을 위한 외부컨설팅에서 시작됐다. A씨가 본인이 맡은 ‘튜바’ 악기에 대해 상위직제인 수석직을 신설하고, 내부 오디션만 허용하도록 용역결과를 변경했다는 게 기업노조의 주장이다. 애초 컨설팅업체는 서울시향처럼 정부 지원 비율이 높은 유럽과 아시아 교향악단 운영 사례를 들어 현안대로 직제를 유지하는 권고안을 냈으나, 최종 도출된 결과물에선 호주, 미국의 유수 오케스트라 사례에 근거해 튜바를 수석으로 상향하고, 오디션 대상자를 기존 단원에 국한하도록 제안했다. 이 제안대로라면 A씨는 본인만 수석오디션을 받을 수 있다.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이 제안은 실행하지 못하고 보류된 상태다.

새 노조는 단원 노조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 단원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면제 지급액도 문제삼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서울지방노동청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단원 지회 경비 원조에 대한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 행위’를 이유로 구제를 신청했다.

신청내용을 보면 A씨의 연습수당과 공연수당은 2017년 678만 원에서 2018년 944만 원, 2019년 1~9월 9개월 동안 1146만 원 등으로 크게 늘었다. 장승호 기업노조 위원장은 “A씨는 다른 단원 보다 2~2.5배 많은 수당을 받았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조 전임자 수당은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시향이 사실상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여서다. 공연수입, 후원금 모집 등 자체 사업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시향의 자주재원율은 지난해 10월14일 기준 38.6%(20억여원)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시 출연금은 136억여원으로 2015년 이래 최대였고, 예산(208억원)에서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65.5%로 5년 간 최고를 기록했다. 사업계획 상 인건비는 예산의 60%가 넘는 124억여원이었다.

단원들은 집에서 연습하는 시간에 대해서도 시간 외 수당을 챙겨간 것과 달리 시향의 일반 직원들은 올해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임금이 동결됐다. 장 위원장은 “매해 연말 공무원 임금 인상 한도 내에서 재단 자율로 이듬해 인상률이 결정되는데, 올해 처음으로 이것이 연동되지 않았는데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설된 단체협약 조항도 논란거리다. 채용과 관련해 ▷신규 채용 시 채용인원과 전형방법 절차 등에 관해 조합과 ‘합의’해야하며 ▷음악감독, 부지휘자, 공연기획자문, 상임작곡가 채용 시 사전에 노조와 ‘합의 및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하며 ▷부지휘자·공연기획자문 상임작곡가 채용 및 재계약 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하며 ▷경영본부 직원 채용 시 ‘심사위원 과반은 조합이 추천’하는 심사위원으로 구성하며 ▷음악감독 채용 및 재계약 시 위원회를 구성하며, 위원은 노사 동수로 추천한다고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경영권을 노조에 송두리째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말 시향에 단협 신설조항과 근로시간면제자 수당 지급 내역 등 진상 파악을 위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시향은 개인정보유출 우려를 들어 자료 제출을 거부해왔다. 시의회가 고문변호사 3명에게 검토받아 재차 자료 제출을 요청한 끝에 시향은 이를 수락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기업노조 측의 주장은 단원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라는 입장이다. A씨는 “인사 청탁이나 컨설팅회사에 압력을 넣어 결과를 바꾼 사실도 없으며, 기업노조 위원장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최근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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