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같이 이겨내야죠”…‘국난’ 코로나19에도 빛난 시민의식
혈액 수급 비상 소식에 헌혈의집 향한 시민들
운영 중단 없이 이어가는 무료 급식소도 있어
“평소 시민의식 발현…사태로 얻는 교훈 있길”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에서 헌혈 중인 시민들의 모습. 박지영 수습기자/park.jiye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박재석·박지영 수습기자] “코로나든 뭐든 위축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함께 이겨 나갔으면 해요.”

지난 13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이하 센터)에서 만난 김태현(52) 씨는 헌혈을 마치고 이 같이 말하며 씩 웃음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2월은 설 연휴와 방학이 겹쳐 혈액 보유랑이 감소하는 시기인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쳤다”며 ‘혈액 수급 비상 상황’임을 알린 다음날 센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5분에 한 명씩 새로운 헌혈자가 들어오자 센터 직원인 이정옥(59) 씨는 “혈액이 모자란 상황이 TV에 나오고 알려지면서 어제(12일)부터 헌혈자가 확 늘었다”며 “역시 (한국은)정 없이 못 사는 나라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국가적 재난과 같은 코로나19 극복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힘을 보탰다. 센터에서 만난 이들 역시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가길 희망하며 작지만 따뜻한 온정을 전했다. 헌혈자 양정호(48) 씨는 “어제 뉴스에서 피 수급이 안 되고 있다는 걸 보고 오게 됐다”며 “같이 이겨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6) 씨도 “단체 헌혈이 많이 취소됐다고 들어서 왔는데 1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 내일 다시 오려 한다”며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아직 따뜻한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저소득층 노인과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소 중 여러 곳이 운영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무료 배식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서 28년째 쉬지 않고 무료 배식을 해 온 사회복지원각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운영을 계속했다. 강소윤 사회복지원각 총무는 “우리까지 문을 닫으면 하루 한 끼로 버티시는 분들이 (밥을)드실 곳이 없게 된다”며 “자원봉사자들도 다른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았는데 여기는 운영을 하는지 연락이 온다. 용기 내서 와 주시는 봉사자분들이 더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의 진원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귀국한 교민 등 국민 700명의 임시 격리를 수용한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주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시민 정의식(56) 씨는 “누구나 반대할 수 있는데, 교민 수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받아들이는 걸 보면 아산·진천 주민들이 용기 있고 대단하다”며 “메르스, 사스와 코로나19까지 겪으며 시민의식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1) 씨도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일학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전염병이 돌 때에는 불안하고 정보가 모자랄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나타난 시민의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평소 실천하다 위기 상황에서 더 잘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감수했던 위험, 용기 등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쌓일 것이다”며 “향후 이를 격려해 주는 사회 전반적 활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