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후보ㆍ정당 대상 모의투표는 현재 고려 안해
40개 학교에서 모의선거 강행 의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선관위의 초중고 모의선거 불허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오는 4월 총선에 맞춰 초중고 40곳에서 모의선거교육을 진행하려 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학교의 모의선거 교육을 불허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선관위가 선거교육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닌 만큼 모의선거 교육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선관위에 모의선거 관련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선관위가 ‘교육청이 주도’해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문제, ‘교원 참여’ 문제, ‘실제 정당이나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 등을 거론한 만큼, 이 같은 지적을 피해서 모의선거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교원이 참여하지 않고 학생자치를 활용하거나 투표를 교사가 아닌 외부단체에서 하는 방안 등이다.
다만, 실제 정당이나 후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영철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과장은 “일본의 경우, 이미 모의선거 시행 초기에 가상의 후보나 정당을 대상으로 해보니 실패한 결과가 있다”며 “그 이유는 역동성이나 체감이 떨어져서인데, 우리가 이런 사례를 알고도 가상으로 해서 실패담을 꼭 맛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이어 “가상의 후보나 정당 대상의 모의투표는 아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최악의 경우에나 검토해야 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예컨데, 일본에서는 모의선거를 실시한 첫해인 2016년에 실질적인 내용의 공유보다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명분 쌓기식의 내용으로 모의선거를 진행했다. 하지만 모의투표에 참가한 학생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이영채 게이센대 교수는 지난 달 30일 열린 ‘만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첫 모의선거에서 실패를 경험한 일본은 지난해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주요한 정책에 대해서 각 정당의 정책을 직접 조사해 그 내용을 토론했고, 일본 각 정당의 정책 비교, 모의선거, 모의선거와 실제 선거결과 비교 등의 수업을 진행한 결과 약 200여명의 학생들이 모의투표에 참여해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경우,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는 실제 수업에서 교사가 다양한 정치적 견해나 의견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알리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적 견해가 있다는 것을 숨기지는 않으며, 대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편견을 가지도록 하지는 않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선관위에 질의를 통해 모의선거가 가능한 방식을 찾아 40개 학교를 대상으로 모의선거 교육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40개 학교에서 대상을 더 늘릴까도 고민했지만, 40곳에서만 모의선거를 진행해볼 생각이다.
정 과장은 “영국이나 독일, 캐나다는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실제 공약을 고르게 하고, 선호하는 공약에 가장 적합한 후보와 당은 어디인지도 알려준다”며 “일단 40개 학교에서 알차게 모의선거를 진행해, 한국에서도 모의선거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3~4월 실시한 예정인 모의선거 교육과 관련해, 실제 투표권을 갖게 된 학생 유권자 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모든 학생들의 모의투표를 금지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새롭게 투표권을 가지게 된 ‘학생 유권자’가 포함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등학생의 모의투표까지 불가 방침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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