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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인터뷰]치매·뇌졸중 환자 재활훈련 AI 서비스를 가정에서…외국에선 이미 하고 있죠
카이스트 우주항공학과 졸업-삼성맨-스타트업 창업
혁신성 해외서 먼저 인정 ‘스마트 글로브’ 폭발적 반응
클라우드 연동 가정용 전 세계 유일…美 2017년 보급
국내 의료현장 활용 3~5년 뒤 사후평가…겹겹이 규제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대표적인 재활 솔루션 ‘스마트 글러브’를 소개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태생적으로 규제가 많은 사업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재활 훈련기기를 보험 적용이 안 되더라도 의사의 판단하에 쓸 수 있지만, 국내는 다릅니다. 사회적인 논의와 함께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반호영(44) 네오펙트 대표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자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부터 마음에 담아뒀던 아쉬움과 바람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첫 제품을 내놓은 지 7년이 자났지만 세상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네오펙트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기술과 게임화된 콘텐츠를 결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재활 훈련기기 회사다. 스마트 솔루션은 치매·뇌졸중 환자들의 지속적인 재활 훈련에 맞춰져 있다. 의료 시스템과 경제적 한계에 직면한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경기기업성장센터를 만난 반 대표는 낯선 분야의 낮은 인지도가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 훈련기기라는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가 쉽지 않았지만, 대한재활의학회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줬다”며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유럽 독일 뮌헨에 마련한 해외 지사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넓혀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했다. 최근에는 출시를 앞둔 재활 훈련기기 ‘스마트 밸런스’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2017년 ‘스마트 글러브’, 2018년 ‘스마트 패그보드’에 이은 세 번째 수상이다.

반 대표는 “스마트 글러브가 위스콘신 아동 병원을 비롯해 미네소타 대학 등 각종 의료 현장에서 사용 중인 데다 지난 2017년부터 가정에 판매되면서 네오펙트란 이름을 알리는 효자 역할을 했다”며 “새 제품을 개발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우리의 혁신성을 보여주고자 매년 CES에 부스를 차리고 브랜드와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카이스트 우주항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택한 첫 직장은 삼성전자였다. 스마트TV를 기획하고 미디어 사업을 분석했다. 누군가에겐 꿈이었을 직장에서 나온 건 4년 반 뒤였다. 미국에서 IPTV 사업을 해보자는 직장 동료들의 권유가 출발점이 됐다.

그는 “미국 교포를 대상으로 고구려TV라는 명칭의 IPTV 사업을 시작했는데 수익을 보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면서 “임대료가 밀리자 건물 주인이 키를 가지고 와서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네오펙트의 시작은 미국 MBA(Univ. of Virginia MBA) 유학 시절 만난 카이스트 선배인 최용근 CTO(최고기술경영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당시 최 CTO는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뇌졸중 재활, 알고리즘과 로봇에 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성공보다 도전에 의미를 부여한 반 대표는 개발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번째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떠올라 뇌졸중 환자들이 재활에 집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조차 없던 2010년, 네오펙트는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선정한 R&D 과제에 선정돼 약 1억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는 ‘스마트 글로브’ 프로토타입 개발비로 쓰였다. 2년 뒤 후속 과제에 선정되면서 출시를 위한 사업비까지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을 넘자 또 다른 산이 나타났다. 제품을 알릴 마땅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를 직접 찾아다닌 것도 잠시, 반 대표가 영업에 재능이 없는 자신을 발견한 시기에 대한재활의학회가 손을 뻗었다.

네오펙트는 이후 대한재활의학회에서 마련한 행사에 제품을 전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생산적인 지적도 잇따랐다. 이때부터 반 대표는 각종 의료 현장에 제품을 나눠주고 제품 개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설계부터 UX까지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수정을 거듭했다.

그는 “현장에서 성에 안 찬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이를 보완하니 해외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면서 “그런 점에서 국내 의학계는 재활 훈련기기 개발 업체의 훌륭한 테스트베드(Test Bed)인 셈”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글로브’가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은 무대는 ‘레하케어(reha care)’라는 독일 재활용품전시회였다. 온라인 기반의 인공지능과 어디서든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는 접근성에 당시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재활 솔루션과 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2018년은 네오펙트의 이름을 널리 알린 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 혁신과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네오펙트 글러브를 착용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같은 해 12월엔 코스닥 상장까지 마쳤다.

‘스마트 글러브’는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질환 환자들이 다양한 재활 훈련을 하도록 고안됐다. 게임처럼 쉽게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전용 앱을 설치해 게임을 즐기다 보면 뇌 운동 부위의 재학습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실제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신준호 박사 팀은 가상현실 기반 재활치료의 임상적 효율성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음을 입증하는 논문을 2016년 JNER(Journal of NeuroEngineering and Rehabilitation)에 게재했다. 자가 훈련이 뇌졸중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AI가 클라우드를 통해 환자에게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네오펙트 제품의 장점 중 하나다. AWS(Amazon Web Services)를 통해 개인 정보를 관리하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새로운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갖췄다.

반 대표는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난이도와 종류는 치료사가 훈련 방식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클라우드와 연동돼 서비스하는 가정용 재활 훈련기기는 네오펙트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네오펙트의 재활 솔루션은 꾸준히 확장 중이다. 2016년 10월 발달장애와 소아마비 등 손목·아래팔 재활 훈련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 키즈’에 이어 2017년엔 어깨·팔꿈치 상지 재활용 ‘스마트 보드’를 내놨다. 같은 해 뇌졸중 치매 등 인지 재활과 상지 재활을 위한 ‘스마트 패그보드’와 ‘컴커그’도 공개했다.

규모가 커지고 남다른 아이디어로 무장한 업체인 만큼 협의 제의는 꾸준하다. 그러나 네오펙트는 규모보다 내실, 즉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회사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젊은 인재들이 집중된 판교에서 혁신적인 재활 솔루션에 대한 구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규제가 늘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고 3~5년 뒤 사후 평가를 받는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트랙’이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 대표는 “미국의 경우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안전성을 판단하면 제품의 활용 여부를 민간에서 판단한다”면서 “반면 한국은 보험 적용과 무관하게 쓸 수 있는지를 정부에서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국내 의료체계 특성상 헬스케어는 식약처 인허가부터 신의료기술평가, 보험등재 등 겹겹이 싸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며 “(규제가) 개선된 것과 없어진 건 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제성의 논리에만 집착해 시류에 따라가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과도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것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반 대표는 “남들이 가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자본주의적 해법을 녹일 때 지속가능한 완벽한 스타트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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