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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심환자·검사물질 ‘홍수’…검사실 17일째 ‘24時 분투’
24명 확진자중 10명 서울보건원서 “확진” 판정
7일 오전까지 도착한 검체수만 총 275건
9명이 3교대로 24시간 내내 확인 작업
이재인 박사 “환자 검체 오염될까 가장 조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다녀가 임시 휴업했다가 7일 영업을 재개한 중구 신라면세점에 마스크 착용 의무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

전국의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최전선이 서울 인근에 있다. 신종 코로나 의심자의 확진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이다.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들의 체액이 모여드는 곳으로, 이들의 판단에 따라 의심자의 희비는 엇갈리게 된다.

7일 찾은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장군마을.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한참을 접어드니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현판이 보였다. 주택가에서 느껴진 적막은 연구원 안에서도 이어졌다. 건물을 돌고돌아 별관으로 향했다. 별관 앞에는 검체를 싣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A구 보건소 소속 앰뷸런스 두 대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마침내 도착한 별관 3층 바이러스검사실. 연구원에 무겁게 내려앉은 적막과 달리, 24시간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들의 확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연구팀들이 24시간 분투를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는 서울 지역 25개 보건소와 병원에서 출발한 코로나 의심 환자의 검체(호흡기에서 채취한 검사체)가 도착한다.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며 시험 연구 종사자 등 자격을 갖춘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지난 5일 하루에만 의심자 35명의 검사체를 확인했다. 검사를 시작한 이래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총 10명이다. 전체(24명) 중 절반 가까운 확진자가 이곳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셈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가 바이러스 검사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의 검체에 대한 검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제공]

연구원 내 신종 코로나 검사반(이하 검사반)이 만들어진 건 지난달 22일이다. 검사반 중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검체 작업을 하는 사람은 9명이다. 3명이 3교대로 24시간 검체 확인 작업을 진행한다. 7일 오전 9시까지 연구원에 도착한 검체수는 총 275건이다.

검체 작업이 가장 많이 진행되는 시간은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다. 검체 하나당 검사 소요 시간은 6시간, 도착한 검체를 6시간 동안 검사하면 새벽을 넘는 일은 부지기수다. 확진 검사는 ‘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로 진행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내 유전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키우는 작업이다. 검사반의 이재인 박사는 “6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되는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의 검체는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연구팀의 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확진 검사를 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검사체가 담긴 뚜껑 하나를 여닫을 때도 조심스럽다. 검사체가 오염돼, 잘못된 실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연구원들은 검체 오염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하다”며 “모든 실험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검체들에 미세한 감염균이 튀어서, 날라다녀서 붙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검체는 확진자의 검체라는 생각으로 검사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응 능력이 늘었다는 것이 검사반의 생각이다. 이 박사는 “메르스 사태를 겪은 2015년에는 공포감이 많았다”며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 투입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경험들이 학습되면서, 과한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났다. 실험하다 죽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확진자가 나오는 날은 검사반의 마음도 함께 무거워진다. 이 박사는 “’아, 양성이구나‘ 하면서 더 이상 분석도 필요없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양성 판정은 환자 개인의 삶에서 큰 사건이 되는 것이다. 내 손에서 양성자가 하나 나올 때마다 답답하죠. 심리적으로”라고 덧붙였다. 박병국 기자, 김빛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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