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혐의로 경찰 조사 받아
지난달 10일 입원 후 폐렴 악화
중국인들, 추모와 함께 당국의 무능한 조처에 분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처음으로 알린 의사 리원량이 7일 새벽 숨졌다.[웨이보]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처음으로 알린 중국 의사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숨졌다.
7일 중국 인민일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우한 중심병원은 SNS를 통해 의사 리원량이 이날 새벽 3시께 34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밝혔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사스(SARS) 확진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입수한 뒤 그날 다른 7명의 의사가 참여한 SNS 단체대화방에 이를 공개했다. 이후 우한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 확진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그의 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당시 그는 경찰로부터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며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결국 리원량은 더 이상 관련 내용을 퍼뜨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반성문인 ‘훈계서’에 서명을 한 뒤 풀려났다. 중국 CCTV는 1월 1일 우한에 있는 의사 8명이 ‘거짓소문’을 퍼뜨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확산일로를 겪으면서 당국의 초기조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리원량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양심 있는 내부고발자로 떠올랐다. 그가 발병 초기 마스크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뒤 폐렴으로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지자 리원량의 완쾌를 기원하는 바람은 더욱 커졌다. 특히 그는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SNS와 문자메시지로 정부 당국의 무능과 태만을 폭로하면서 영웅 칭호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끝내 리원량이 숨지자 SNS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리원량은 목숨을 걸고 국민들에게 위험을 알렸다”고 애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리원량의 사망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면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일부는 “리원량은 국가적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당국의) 잘못된 조처로 수백명의 무고한 생명과 함께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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