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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文대통령 부산행 놓고 잔뜩 경계령…한국당은 왜 자라 보고 놀랐나
文대통령 6일 부산행사 방문 다음날도 비판
심재철 “PK서 여당 선거운동 돕겠다는 심사”
靑 “게으를 수 없는 경제활력 일환” 선그어
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어제 오늘 일 아냐
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들도
한결같이 총선 직전 ‘개입 공방’ 휩싸여
노 전 대통령은 “정치표현 자유” 소송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 오거돈 부산시장 등 노사민정 대표들과 입장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체결식에 참석했다. 협약식 장소는 부산시청이었다. 한 전기차 부품업체가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입주, 오는 2031년까지 총 7600억원을 투자키로 한다는 게 협약식 내용이었다. 이 업체는 일자리 4300개를 창출하겠다고도 했다.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전기차 부품생산과 R&D(연구개발) 클러스터가 꾸며지는 것은 경제활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일정을 청와대는 잡았다고 한다.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데 하나라도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인들 달려가지 못할 곳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경제행보는 바람직하고 당연할 것일게다.

그런데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을 가했다. 왜 그랬을까.

장소가 부산이었다는 점과 부산 방문 시점이 총선을 불과 70여일 남긴 때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야당은 문 대통령의 이날 부산행을 4월 총선을 겨냥한 부산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본 것이다. 게다가 나날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전파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대통령 방문시 사람들이 더 몰리는 밀집행사 장소에 꼭 가야 했느냐며 “총선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부산행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야당의 반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신종코로나 사태가 커지자 새해 부처별 업무보고를 모두 미룬 상태였다. 업무보고가 대단히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방역 대책 등의 작업에 범정부 차원으로 매달려야 할때라는 논리였다. 그런데도 유독 이 와중에 이 부산 행사를 소화한 것에 대해 이렇듯 정치권 일각에서의 곱잖은 시선이 뒤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 측은 구체적인 멘트까지 내놨다. 한국당은 “신종코로나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판에 직접 부산까지 내려간 것은 부산 일자리 창출 성과를 은연중에 강조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문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이자 서울 종로 못잖은 총선 전략지인 부산·경남(PK) 민심을 다잡기 위한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급기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날의 문 대통령 부산 방문에 대해 “갑자기 부산을 찾은 이유는 뻔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경남 민심이 심상치 않으니 여당의 선거운동을 돕겠다는 심산으로 부산을 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PK에 대한 애정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설 연휴에 양산 자택을 들렀고, 지난해 11월말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키 위해 부산을 찾은 바 있다. 그러니 이날 문 대통령의 부산행은 자택을 다녀온뒤 열흘정도 만이며, 특별정상회의 참석 후엔 71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17차례나 PK 지역을 방문했다. 이에 일각에선 “대통령이 유난히 PK를 즐겨 찾는데, 한달에 한번 넘게 가는 것은 과한 것이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같은 야당의 비판에 청와대 측은 직접적인 멘트는 삼갔지만, 총선과 관련한 행보는 아니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놨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신종코로나와 관련해서는 투트랙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국민안전을 중심에 두고 대응하는 것이 한 축이라면,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른 한 축의 노력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신종코로나 대책을 챙기는 동시에 경제활력을 위한 행보 역시 게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부산행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없는 경제활력의 행보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국당이 대통령 행보에 괜히 꼬투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마디로 총선에서 자신이 없는 한국당의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이날의 정치권의 상대방에 대한 ‘눈총 퍼붓기’는 정가 특유의 트라우마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 논란에 대한 공방을 치열하게 전개해오곤 하던게 정치권이다. 게다가 PK지역은 올해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기에 사전 힘겨루기 성격도 지닌다.

사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선거법에는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도 당연히 공직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립내각’ 구성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이와 관련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 인사말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

흥미로운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선거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뒷말을 가장 많이 남긴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특강 등을 통해 선거 관련 발언을 많이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있기에 그 의무를 지켜달라는 권고까지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개인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까지 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일부 선관위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헌재는 대통령은 정무직 공무원, 즉 정치인으로서 개인의 정치적 표현 자유는 있지만 선거활동에 대해선 선거중립의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청와대에서 경인지역 언론사와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 노 전 대통령은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저로선)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그 절박함을 호소했다. 어찌보면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의 당위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 발언은 정확히 4월 총선(2004년 4월15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57일전에 한 것으로, 야당은 선거개입이라며 벌떼같이 일어섰다. 노 전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며칠뒤엔 방송기자 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선 패널이 ‘총선 전망’을 물어보자 “국민께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까지 했다. 이 발언으로 선관위는 문제가 있다고 봤고, 국회에선 대통령 탄핵안까지 거론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됐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줬는지는 알수 없지만,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열린우리당은 152석(50.8%)을 거둬들였고, 한나라당은 121석(40.5%)을 차지했다.

재미있는 것은 진보진영의 대통령만이 선거개입 발언 논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수진영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3월10일 대구를 방문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4월13일)를 34일 앞두고 있을 때였다. 시점이 논란이었다. 이날은 대구지역 진박(眞朴) 후보들의 여론조사 경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당연히 박 전 대통령이 후보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는 정치권 일각의 반발이 쏟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국제섬유박람회 참석 등 4개의 일정을 소화했는데, 이 박람회를 전에는 찾은적이 없었다. 그래서 정가 일각에선 더욱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었다. 어쨌든 당시 ‘1여다야’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41.0%)을 차지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고, 국민의당은 38석(12.7%)을 챙겼다. 새누리당은 122석(40.7%)을 얻으며 원내 제2당으로 전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의 패배로 끝난 20대 총선 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선거개입 논란에 시달렸다. 이명박정부 출범 두달뒤에 총선(2008년 4월9일, 18대 총선)이 예정돼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전국을 순회했다. 방문지 마다 “선거개입 아니냐”는 뒷말을 남겼다. 강원도 춘천에선 총리가 강원도 출신임을 내세워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했고, 군산 새만금에서는 “군산은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당시 야당은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핑계로 총선 환심을 사려는 술수를 쓰고 있다. 너무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선거개입”이라며 동원 가능한 모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18대 총선을 불과 나흘 앞둔 4월5일엔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은평은 ‘이명박의 오른팔’로 불리며 MB정부의 실세로 거론되던 이재오 의원이 출마했고, 야당 의원과 접전을 벌이던 때였다. 당연히 야당은 ‘‘이재오일병 구하기’를 위한 명백한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개입 논란, 즉 선거 중립의무 위반 논란은 이처럼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올해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 대통령에 대한 총선 개입 논란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정권을 잡은 측은 대통령이 혹 선거 관련 발언을 하면 경제행보나 국정행보라고 옹호하고, 야당은 불법개입이라며 삿대질로 일관하곤 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그 입장은 그대로인채 공수(功守·공격과 수비)만 바통터치하며 그 공방은 데자뷔성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곤할 수 밖에 없는 이는 당연히 유권자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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