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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이병호 aT 사장] ‘환경친화적 농업’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농정전환을 위한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에서 제시된 첫 번째 정책기조는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구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농정의 핵심으로 생산과 연계되지 않은 농업·농민의 공익기여에 대한 직접지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직불제를 환경과 경관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환경친화적인 농업’을 정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익직불제가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만큼 우리의 공익직불제도 상당 부분 유럽연합(EU)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EU는 농업활동에 따른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촌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공익형 직불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럽에서 최근 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과 농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농업이 반환경적”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거리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환경단체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환경기준치를 농민들이 맞추기가 쉽지 않다 보니 서로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이제 막 이러한 환경기준치를 세워나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친화적 농업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여겨지는 EU에서조차 농업계와 환경단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은 공익직불제 도입을 앞둔 우리 농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과 환경을 지키며 농사짓는’ 공익직불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농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8월 친환경농어업법을 개정했다. 친환경 농어업의 정의를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라는 ‘결과 중심’에서 건강한 농업생태계, 환경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실천과 과정 중심’으로 재설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환경지표인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유지, 토양오염 방지, 수질개선 등 친환경 농업이 지닌 가치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농업이 지닌 환경보전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3조5708억원에 이른다.

친환경 농업은 재배특성 상 기계식 대량생산보다는 여러 품종을 소량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화학제품 대신에 천연비료, 천적을 이용한 농법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재배가 까다롭고 일손도 많이 든다. 자연히 가격도 비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산 농산물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친환경 농산물은 사정이 더욱 어렵다. 대표적인 친환경 농산물 판매업체들도 최근 매출이 10~20%씩 감소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로가 확보되지 못하면 소농 위주의 친환경 농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작은 규모로 농사짓는 소농들이 많지만 판로에 대한 걱정은 훨씬 적다. 일본 전역에 2만4000여개의 농산물 직매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로컬푸드 직매장은 230여개로 이제 시작단계지만, 정부는 2022년까지 1200개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급식도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한 소비처이다. 친환경 공공급식은 미래세대에게 보다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로컬푸드 직매장, 공공급식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산물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쉽게,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농업 없이는 어느 누구도 먹고살 수 없고, 환경을 잃고서는 어느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친환경 농업과 그 생산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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