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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의 성자(아룬다티 로이 지음, 문학동네)=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신작 장편소설. 첫 작품 이후 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회참여적인 에세이를 써온 그가 2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분쟁과 내전으로 죽음이 일상이 된 인도의 참혹한 현실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억압받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고통을 유려한 문체로 담아냈다.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안줌이란 인물은 양성동체로, 부모는 남성으로 키우려고 하지만 안줌은 여성의 옷을 입고 활보하는 제3의 성, 히즈라가 되고 싶어해 이들의 공동거주지로 옮긴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사원에 갔다 힌두 폭도들의 린치에 휘말려 죽을 뻔한 일을 겪으면서 결국 공동묘지 근처로 거처를 옮기고 안착한다, 새로운 터전에서 힘을 얻은 안줌은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시신을 장례시켜주는 일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의탁할 수 있는 기묘한 안식처가 된 것이다. 성별과 카스트,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사랑과 이해로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믿음이 읽힌다.

▶박헌영 평전(안재성 지음,인문서원)=‘실패한 혁명가’로 불리는 공산주의자 박헌영의 삶을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안재성이 각종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복원해냈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자로, 해방 후 남조선노동당을 이끌고 월북, 김일성 체제의 북한 정권 수립과 조선노동당 창건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결국 미제 간첩이란 죄목으로 처형된 박헌영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다. 저자는 그를 원칙주의자, 교조주의자로 인정하면서 시대적 한계에 주목한다. 월북 이후 무기력한 처신이 그를 치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한다. 공산주의 이론에는 탁월했지만 선동력과 포용력 등 시대가 요구한 대중정치가의 정치적 수완은 없었다. 좀처럼 웃지않고 의중을 절대로 드러내는 법 없는 비밀주의적 성향은 지하운동 지도자로선 적합했을 지 몰라도 공개 정당의 지도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간첩 노릇을 했거나 비겁자인 적은 없었다. 박헌영의 인간적인 면모는 눈길을 끈다. 후배들을 위해 직접 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이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는 딸 에게 보낸 부성애 가득한 편지와 가족들과의 단란한 한 때를 담은 사진을 통해 또 다른 박헌영을 만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A.J.P.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페이퍼로드)=‘히틀러의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은 애초 이렇게 불렸다. 히틀러와 그 일당이 전 세계를 전화 속으로 몰아 넣은 전쟁일 뿐이었다. 일탈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기존의 해석을 바꾼게 이 책이다. 저자는 당시 복잡하게 꼬인 외교와 정치사의 무대에서 히틀러의 뒤에 숨어 면죄부를 받던 이들을 소환해내 저마다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히틀러는 어느 정도는 베르사유조약의 산물이었고 어느 정도는 동시대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관념의 산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독일의 역사와 독일의 현재의 산물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히틀러와 다른 정치인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으로 그의 행동방식을 꼽는다. 즉 ‘벼랑 끝 전술’이다. 으름장으로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는 척만 했다. 실제로 당시 외교 기록과 공식및 비공식 발언 재판기록과 통계를 보면 독일은 당시 전쟁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이를 알지못했고 매 순간 오판했다. “전쟁의 원인은 독재자들이 사악함 만큼이나 다른 이들의 실수에도 있었다”는 저자의 해석은 곱씹어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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