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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사무소서 마스크 준다는 연락이 없어요”…방역도 양극화
우한 폐렴 비상…쪽방촌 가보니
방송으로만 접한 주민들 불안 호소
기자에게 되레 “마스크 달라” 애원
예정된 무료 진료봉사 마저도 취소
市 “현장점검…적극 홍보·배급할것”

“동네가 동네인 만큼 위생에서 오는 불안함도 있고, 특히 여긴 관광객부터 이상한 사람들까지 오만 사람 다 와서 더 불안하죠. 기자님 혹시 남는 마스크 있으면 좀 주세요.”

3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 김모(82) 씨는 이 같이 말하며 “남편과 나, 둘 다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사무소에서 연락도 못 받았다”는 대화가 이어질 무렵, 목발을 짚고 다가온 주민 70대 A 씨도 “마스크 있어요? 있으면 나도 좀 주세요”라며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분이 없다”는 기자의 말에 A 씨는 “여기 일대 사람들 많이 돌아다니고 몸도 안 좋고 힘들어서 내가 제일 필요한데”라며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목발을 짚었다. A 씨 역시 “(마스크와 손소독제)둘 다 동사무소에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기자를 자원봉사자로 착각해 “마스크를 달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이날 만난 돈의동 쪽방촌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으로 떨고 있었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은 특히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스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손소독제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마스크부터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여기 오는 사람들이 외국인 관광객인지 한국인인지 어떻게 아나”라며 “그래서 더욱 불안한 면이 있다”고 했다. 김 씨 집 앞에 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행동 수칙’엔 ‘①마스크 착용’이란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이날 만난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가 “더욱 유념해달라”고 당부한 노약자들이었다. 당시 의협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외출 시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 위생에도 각별하게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마스크가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미세먼지용’으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 이모(66) 씨는 “지금 우한(폐렴) 터졌을 때 말고 미세먼지 심할 때 연락받아서 가져가라고 했었다”며 “지금은 없고, 손소독제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역시 돈의동 주민 홍모(57) 씨도 “옛날에 미세먼지 막으라고 받았던 거 그냥 쓰고 있다”고 했다.

돈의동 쪽방촌 초입에 위치한 서울시립 돈의동 쪽방 상담소 안 데스크 위에는 마스크 상자가 있었다. 손소독제도 비치해 주민들에게 마스크와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50대 주민 박모 씨는 “마스크 가져가도 되는 거냐”며 “마스크를 처음 받았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도 불안함을 호소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민 백모(44) 씨는 “동네가 동네인데 불안하고 무섭지”라며 “이 동네에 손소독제 같은 게 있을 리가 있나”라고 말했다. 70대 주민 이모 씨는 “방송에서 그렇게 난리인데 죽을까봐 무서워서 마스크를 쓴다”며 “이건 작년인가 재작년에 나눠준 마스크”라고 말했다.

이날 동자동 쪽방촌은 우한 폐렴으로 인해 예정돼 있던 무료 의료 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동자희망 나눔센터 간호사 김모(29) 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료 진료를 취소했다”라며 “사태가 진정된 후 다시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손소독제의 경우 센터에 비치해두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아 나눠주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엊그제 동자동을 비롯해 돈의동 등 서울시내 쪽방촌 현장점검을 나가 상담소를 중심으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배급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며 “주민들이 해당 사항을 더 잘 알 수 있게 상담소와 협력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김용재·김빛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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