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우한 폐렴 포비아] “우한서 폐렴 있어도 입원 못해”…의료시설 부족
환자들 "의사에게 애원해도 병실 없다는 말만 해"
제때 치료받지 못한 사람 줄이어 '우한 폐렴' 확산 우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근원지인 우한지역을 봉쇄한 가운데 이곳의 폐렴 환자들이 의료시설이 부족해 제 때 입원·격리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장시성 잉탄시의 한 철도역에 도착하는 승객들의 체온을 체크하는 모습. [EPA]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발병 근원지인 우한시의 의료시설이 부족해 감염 의심 환자가 있어도 입원·격리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 폐렴 치료를 위한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우한시 셰어 병원에는 전날 100여 명의 환자가 진찰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폐렴 증상을 보였으나, 병실 부족으로 인해 격리병동 입원이 허용되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감염을 막기 위한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대기 환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는 마스크가 전부였다.

일부 환자들은 기침을 했으며, 심지어 복도에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55세 남성의 친척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이 남성이 발열과 다른 증상이 있는데도 병실이 없으니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의사에게 제발 입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의사는 병실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한 여성은 48세인 아버지가 일주일 넘게 열에 시달려 전날 이 병원에 실려 왔으나, 입원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화난(華南)수산시장 근처에 산다고 밝힌 이 여성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에 음영이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매일 택시를 타고 여기로 오는데, 아버지가 택시 운전사에게 병을 옮길까 걱정스럽다”며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격리 병동에서 치료를 받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은 “열이 나서 여기보다 작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지만, 의사는 물을 많이 마시고 집에서 쉬라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우한시의 다른 병원인 퉁지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쉬 모(31)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지난 5일 중국 남부의 광시(廣西)장족자치구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 열에 시달려 격리병동에 입원했지만, 칸막이도 없이 11명의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다고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첫 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심각한 폐렴과 호흡 곤란 등 상태가 심각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는 물도 마실 수 없는 상태이며, 매일 고열이 나지만 항생제도 효과가 없다”며 “같이 광시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의 친구 2명은 모두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아 진인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진인탄 병원은 전염병 치료 전문 병원으로, 우한 폐렴 환자들을 위한 격리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이번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는 말을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며 “정부의 자신감은 좋지만, 이번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을 공포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