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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질·관광보국·독자기술’…신격호의 90년 경영원칙
1949년 日서 품질 높인 껌 선보여 성공
관광 육성 강조…롯데월드타워 건립
호텔 사업서도 독자 브랜드 구축 고집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19일 별세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그룹의 모태가 된 식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품질을 중요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식품 사업을 넘어 관광, 유통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독자 브랜드와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

▶'껌' 사업부터 품질경영 강조=신 명예회장은 1947년 4월 롯데의 상징이자 뿌리로 평가되는 껌 사업에 본격 나섰다. 당시 일본에는 미군 군수품을 흉내낸 조악한 수준의 초산비닐 수지 껌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신 명예회장은 남미산 천연수지로 당시 최고 수준의 껌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품질’을 중시한 신 명예회장의 작품은 큰 인기를 끌면서 성공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1948년 6월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롯데는 당시 일본 껌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이후 초콜릿(1963년)과 캔디(1969년), 아이스크림(1972년), 비스킷(1976년) 등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롯데는 종합 제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껌 회사로 출발한 지 40년도 되지 않은 1980년대 중반 이미 롯데는 일본에서 롯데상사, 롯데부동산, 롯데전자공업, 프로야구단 롯데오리온즈(현 롯데마린스), 롯데리아 등을 거느린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명예회장의 품질경영은 고국에서도 계속됐다.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제과주식회사를 세우고 당시 국내에선 최초로 멕시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고품질 껌을 선보였다.

왔다껌,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등 연달아 출시한 껌이 히트를 쳤다. 1972년 이후 빠다쿠키, 코코넛바, 하이호크랙커 등 다양한 비스킷 제품도 쏟아냈다. 덕분에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껌 시장의 최고 지위를 갖추게 됐다.

창립 8년만인 1974년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고,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 삼강산업을 인수해 각각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을 설립해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롯데월드몰 내에 적혀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글귀. [헤럴드경제DB]

▶“관광보국이 내 신념”…호텔·백화점에 선구적 투자=신 명예회장은 생전에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내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식품 이외에도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이유다.

그는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 잠실 일대에 종합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세계적 명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관광산업 육성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신 명예회장이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고인은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그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송파구에 롯데월드타워 건립에 나섰다. 2010년 11월 착공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123층·555m), 세계 5~6위권 고층 건물이 됐다. 롯데월드타워는 2017년 4월 공식 개장했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16일 집무실 겸 거처를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롯데월드타워 49층으로 옮기면서 평생의 숙원 사업을 완성했다.

▶독자 브랜드 및 기술 개발 고집=신 명예회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나 선진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롯데만의 독자 브랜드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호텔 사업에 나설 당시 힐튼이나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제휴해서 쓰지 않고, ‘롯데호텔’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달았다.

내부에서는 롯데 브랜드로 호텔 사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비싼 로열티를 줘가며 호텔 사업을 하면 당장 편할 지 모르지만 훗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롯데호텔 브랜드를 고수했다.

1973년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연 롯데호텔은 지하 3층, 지상 38층, 1000여 객실 규모를 자랑했다. 당시 국내 최고층 건물, 동양 최대 특급호텔로 꼽혔다. 롯데호텔 건립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와 비슷한 수준인 1억5000만 달러의 자금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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