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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20! ①] 스무살, 포털보다 SNS…“스마트폰 열고 카톡·유튜브부터”
21세기 시작 알리며, 탄생한 2001년생 올해 성인
본지 2001년생 102명 대상, 설문조사·심층 인터뷰
“유튜브 즐겨 보지만, 정보 확인차 인터넷 서핑 병행”
“대한민국, 헬조선이지만 행복해질 수 있다” 41.2%
2001년생들이 2020년 우리 나이로 스무 살이 됐다. 올해 대학을 입학하며 성인이 된것이다.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2001년생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장에 들어서며 후배들의 격려를 받고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박상현·김민지 기자] 경기 고양 일산 지역에 사는 2001년생 이재형(가명) 씨는 하루 5시간가량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중 70% 남짓 되는 시간을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할애한다고 했다. “유튜브(동영상)를 왜 보냐고요? 재밌잖아요!” 그렇다고 이 씨가 유튜브 동영상을 완벽하게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유튜브에 대해 “개인이 운영해 주관이 개입되는 채널이 많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것은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서 보완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21세기의 시작을 알린 2001년생들이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무 살, 성인이 됐다. 이들은 ‘유튜브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이다. TV나 PC보다 스마트폰에 더 익숙하며,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탈 사이트보다는 유튜브를 통한 정보 획득을 더 편하게 느끼는 특성을 지녔다. 진보니 보수니, 통일이니 반(反)통일이니 하는 어른들의 잣대로는 이들을 가늠하기 어렵다. 헤럴드경제가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올해 스무 살이 된 2001년생 102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 본 결과다.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심층 인터뷰도 병행했다.

본지가 14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2%(복수 응답 포함)이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카카오톡(53.9%)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앱 가장 먼저 연다고 답한 응답자는 19.6%에 그쳤다. 포탈을 꼽은 스무 살은 인스타그램(40.2%), 페이스북(32.4%)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앱을 먼저 연다고 한 스무 살보다 그 수가 적다.

스무 살 청년 중 대부분이 유튜브를 보는 데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는 사실은 다른 문항의 답변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응답자 중 83.3%(복수 응답 포함)가 여가 시간에 하는 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동영상 콘텐츠 시청’ 을 꼽았다. 이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한다는 응답자(54.9%)를 압도한다. 웹 서핑을 한다고 답한 사람은 16,7%, TV를 본다는 응답자는 17.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은 유튜브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고 있었다. ‘나는 유튜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36.3%(이하 단수 응답)으로 ‘신뢰한다’는 응답자(19.6%)보다 많았다. 실제로 스무 살 박종석 (서울 광진구) 씨는 “유튜브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지식 정보 채널임을 내세우면서 정보를 전달해 주는 채널 중 ‘어그로’를 끌려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담은 채널이 많다”고 했다.

2001년생의 성향과 가치관은 어른들의 생각 밖에 있었다. 특히 통일 관련 문제는 어른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 응답자는 39.2%로 꼭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 36.2%(37명)보다 근소하지만 더 많았다. 기성세대와 달리 스무 살 중 상당수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릴수록 진보적”이라는 생각도 어른들의 편견이라는 것이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응답자 중 55.9%가 자신의 성향으로 진보와 보수가 아닌 “중도”를 선택했다. “진보적”이라는 응답은 37%, “보수적”은 10.7%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이 같은 성향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2001년생은 고등학교 입학 직전인 중학교 3학년 때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대학 특례 입학 사태를. 대학 입시 전형 전인 지난해에는 ‘조국사태’를 겪었다. 민감한 시기마다 ‘불공정한 대한민국’을 목도했던 이들은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중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사회에도 냉소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헬조선’이다. 응답자 중 43%가 “대한민국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공정하다”고 답한 사람은 26.4%뿐이다. 30.4%는 “중간”을 선택했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44.1%로, 그렇지 않다고 본 응답자(34.3%)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면서도 ‘스무 살’들은 대한민국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희망을 아직 봤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내 삶은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응답자(41.2%)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26.4%)를 압도했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려는 성향도 강했다. “올해 총선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7.8%로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41.4%)보다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무 살 청년들은 유튜브는 물론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기성언론에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정치를 바꿔보자’는 성향이 높은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다. 설문 내용 중 일부는 지난해 10월 오픈서베이가 진행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를 참고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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