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020, 20! ②] 스무살 눈엔 여전히 불공정…“대한민국, 헬조선”
절반 가까운 44% “헬조선이라 생각”
“부모 삶보다 행복하지 않을것” 25%
“北, 美·日보다 좋지 않아” 42%나 돼
경기침체 등 겪으며 신중한 경향 짙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고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고3 학생들은 대부분 2001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 성인이 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슬기·박상현·김민지 기자] ‘세상의 부조리를 절감하며 섣부른 낙관이나 절망도, 긍정이나 부정도 하지 않는 관망자(觀望者)들. 그러면서도 독립적인 삶을 갈망하는 실존주의자들.’

헤럴드경제가 20세 청년 102명을 만나 확인한 ‘21세기 첫 스무 살’의 단면이다. 매사에 호불호(好不好)가 확실히 엇갈리고 주관과 주의가 명확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과 달리 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도 조심스러웠고, 또 신중했다. 성장 단계마다 굵직한 사건들을 접하며 위기와 불안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물론, 경기 침체기의 암울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면서 좁고 작은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질문을 막론하고 우리나이로 스무 살인 102명의 답변에서 반복해서 드러나는 특징은 세상을 향한 비판적 시각과 중도적 색채다. 먼저 ‘대한민국은 불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43.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단 26%뿐(‘중간이다’ 30.4%).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무려 44.1‬%의 2001년생이 ‘그렇다’에 표를 던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2017년. 그리고 1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던 지난해 잇달아 밝혀진 ‘국정농단 사태’와 ‘조국 사태’가 사회를 향한 이들의 불신을 키웠다. 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박종석 씨는 “(대한민국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특히 조국 사태와 정유라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가 공정하다는 친구들이 더 드물어졌다”며 “부모의 성과가 대물림되는 현실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모 씨는 “공정을 위한 노력이 일부 이뤄지고 있기는 한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노력을 자신(개인)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가 여럿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취업과 직업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뒤처진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스무 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다소 어둡게 내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삶이 부모 세대의 삶보다 행복할 것 같은지’라고 묻자 25.4%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답했고, 절반을 넘는 51% 역시 ‘확신할 수 없다(중간이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역시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 중인 권태형 씨는 “부모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었을 때에는 개발이 한창일 때가 아니었느냐”며 “현재는 개인의 능력이 향상된 것과는 반대로 일자리가 부족해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박 씨도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치열해진 입시, 학력 인플레이션, 그에 따르지 못하는 보상이 미래에 대한 ‘예고된 좌절’을 초래한 것 같다”며 “공무원이 돼 딱 부모님만큼만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는 등 주변 친구들도 모두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고 했다.

다만, 대학생이 된 이후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전망은 다소 밝았다(대학생 이후 내 삶은 행복해질 것이다. 긍정 40.9%·부정 26.4%). “대학 졸업 이후 취업과 생계는 걱정되지만, 당장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이유다.

이렇게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자리 잡은 가운데, 굵직한 이슈나 가치관 변화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거나 중도를 자처하는 경향도 도드라졌다. 특히 ‘젊은 세대는 진보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응답도 다수 표출됐다. ‘나의 정치 성향은 중도이다(55.9%)’라는 응답이 대표적이다.

이 씨는 “(보수와 진보)그 어느 쪽도 아니다. 양쪽 사상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아직 어떤 성향을 선택할 만큼)없다고 생각한다”며 “상황과 사안에 따라 진보적인 것이 옳을 수도, 보수적인 것이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상황과 성향이 다를 때 자주 모순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서도 그렇다(36.2%)와 그렇지 않다(39.2%)는 의견이 팽팽했다. 역시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보다 통일이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물류 비용 절감과 영토 확장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 등이 시시때때로 달라지기 때문(박 씨)”, “광해군의 중립 외교처럼 철저히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 씨)”이라는 것이 스무 살의 통일 철학이다.

반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42.2%)’ 라거나 ‘잘 모르겠다(중간 23.5%)’라는 응답이 많아 젊은 세대라고 해서 화제가 되는 사회 현상이나 흐름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전’을 보여줬다.

이 밖에 ‘북한이 일본이나 미국 같은 주요 동맹국보다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42.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중간 31.4%).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 투표 의사는 57.8%로, 4년 전 총선 20(代) 평균 투표율(52.7%)보다 높았다.

올해 스무 살이 된 2001년생은 성장기마다 굵직한 사건을 온몸으로 직접 겪고, 보고 들으며 자란 세대다. 이들 중 대부분이 유치원에 다니던 2004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08년에는 숭례문 방화 사건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중학교에 들어간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yesye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