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 이후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가혹한 보복’을 경고하자, 이란 공격 시 더 큰 규모의 보복 공격을 시사했다. 사진은 이란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투쟁 조직 헤즈볼라의 지지자들이 5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EPA]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중동을 드리운 미국과 이란 간의 전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에 대해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은 대미 공격 발생 시 ‘불균형적 반격’에 나서겠다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이란은 중동 내 대표적 미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표적으로 지목, 양 국 간 갈등은 중동지역 전반의 지정학적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이란이 대미(對美) 공격을 감행할 경우 불균형적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인 또는 목표물을 공격하면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며, 불균형적 방시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이후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정부가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고 예고한 것에 따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미국이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며 이란의 보복에 강하게 응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불균형적 반격’은 이란의 보복 공격 발생할 경우 미국이 이란에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의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당초 무력 보복에 있어 미국 정부가 강조해 온 ‘비례의 원칙’을 더이상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란의 무인기 격추 사건 당시에도 미군의 보복규모가 무인기 격추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시키기도 했다.

동시에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연합군의 군사 작전을 중단, 대이란 방어태세 구축에 돌입했다. 미군 사령부는 5일 성명을 통해 “지속적 검토에 따라 IS 격퇴 작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이라크 의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이라크내 미군의 일방적인 군사작전 시행에 대한 대응으로 미군 철수결의안을 가결시키기도 했다. 다만 해당 결의안이 실제 미군 철수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대이란 공격에 맞서 전초기지를 요새화시키기 위한 미군의 대테러작전 후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테러 담당을 맡았던 조슈아 겔처는 “위협 중 하나를 다루기 위해 기존의 위협을 다루는 것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복을 예고한 이란은 거듭된 미국의 ‘재보복’ 경고에 미국 동맹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모흐센 레자에이 이란 전 혁명수비대장은 트위터를 통해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떤 반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중동 정책에 있어 미국이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우방국가다.

한편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군사적 행동이 될 것이란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공습에 준하는 군사적 타격을 입힐 것이란 게 현재 이란이 밝히고 있는 입장이다.

호세인 데흐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수석보좌관은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란의 대응은 틀림없이 군사적일 것이이고, 미국의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그들의 행동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