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2004조…7년만에 2배로
가계부문 규제하자 기업쪽 늘려
PF·펀드·리츠 등 비은행 자금 급증
경기 둔화시 위기 도화선 될 수도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공사현장. |
부동산 관련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국내총생산액(GDP)을 넘어 200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및 PF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9월말 기준 2003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에 비해 6.5% 증가했다. 2012년 말(1000조2000억 원) 10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7년만에 두 배가 된 것이다.
경제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탓에 2012년에는 명목 GDP의 69.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1.3%로 GDP 규모를 처음 따라잡은 뒤 올해는 105.1%로까지 커졌다. 민간신용과 비교해 봐도 2012년엔 39.6%였지만 올해는 54%로 불어났다.
다만 증가세는 2015년 19.8%로 정점을 찍은 이후 4년 연속 둔화돼 올해는 6.5%에 그쳤다.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여신(1049조6000억 원)의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계여신의 비중은 2014년 57.2%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52.4%로까지 낮아졌다.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세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기업여신(734조6000억 원)은 부동산업 및 부동산PF 대출 확대에 따라 2014년 34.7%에서 올해 36.6%로 비중이 커졌다. 금융투자상품(219조7000억 원)도 부동산펀드 및 리츠 증가에 힘입어 같은 기간 8.1%에서 11.0%로 확대됐다.
리스크 부담 주체별로 보면 금융기관이 55.7%(1116조5000억 원)로 가장 높았고, 보증기관과 금융투자자가 각각 31.8%(637조3000억 원)와 12.5%(250조1000억 원)을 차지했다. 그 중 금융기관 익스포저는 2011년 70%까지 차지했던 은행 부문의 비중이 꾸준히 줄어 59.0%로 낮아진 반면, 비은행 부문은 41.0%로 올라갔다. 자산별 위험가중치를 반영할 경우 은행 부문 50.4%, 비은행 부문 49.6%로 거의 비슷하다. 비은행 부문은 기업대출이 2012년 36조6000억 원에서 올해 137조3000억 원으로 275% 늘었고, PF대출도 같은 기간 13조원에서 66조원으로 408% 늘어난 영향이 컸다.
문제는 경기 둔화에 따라 부동산 시장 역시 지역별·상품별로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분양시장의 경우 지방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월 말 미분양 물량은 5만6000호로 지난해 말(5만9000호)보다 4.7% 줄어들기는 했으나,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9000호로 지난해(1만7000호)보다 늘었다. 지방이 1만6000호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는 건설사의 분양매출이익률도 떨어지기 시작하는 등 건설사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로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건설사 비율도 2016년 17.7%에서 2018년 30.9%로 늘었다.
한은은 “건설사의 낮은 연체율 수준 등을 고려하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증가로 인해 관련 대출이 단기간 내 부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일부 중소건설사의 경영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