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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전문가 “강제징용 문제 해결 어렵지만, 파국은 면해야”
日 “입법부만 노력 中…문재인 정부가 중재 역할 해야”
‘문희상 안’에는 “문제 해결 기초될 수 있는 제안” 평가
“외교 관계 회복 통해 日 정부 사과도 받아내야” 조언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도쿄 공동취재단)=유오상 기자] 15개월 만에 한일 정상이 정상회담에 나서는 등 그간 경색된 양국 관계를 두고 대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제 강제 징용공 배상 판결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는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일 전문가들 역시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경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지난 17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실행될 경우, 일본 역시 한국 경제에 가시적 피해를 주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국 역시 일본 정부의 조치에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 서로 보복을 하는 ‘경제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최근 한일 관계를 평가했다.

기미야 교수는 “(경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일 양국에 엄창난 상처를 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 조치를 연기하거나 당장 완전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더라도 파국을 면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 당시 ‘사법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지만, 한일 청구권 협정 역시 존중하겠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며 “문 의장과 입법부는 판결의 핵심을 살리며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는데 문 정부는 좀 더 앞서 나가 해결책을 찾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한일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배상하는 내용의 이른바 ‘문희상 안’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의 입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데 행정부는 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는 것인지 안타깝다”며 “’문희상 안’이 문제 해결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입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원 와세다대학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 역시 강제 징용공 배상 문제에 관한 한일 간 이견은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교수는 “양국 모두 국가 차원의 ‘역사 원리주의’를 갖고 있다. 경제 손실이 있더라도 나름대로 ‘역사를 바로잡자’는 인식이 있어 양국의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일본 역시 ‘문희상 안’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면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스스로가 ‘우리는 1㎜도 움직일 수 없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아베 총리에게 문제 해결 의지가 어느 정도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나선 배경을 두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응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경제 문제와 역사 문제를 엮은 것도 새롭지만, 경제 부분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합하는 부분이 나타난 점에 비추어 일본 정부가 첨단 기술 부분에 대해 일종의 ‘견제’에 나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기존과는 다른 한일 경제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에 나선다 하더라도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니 사죄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 ‘문희상 안’ 역시 일본 정부로부터의 사과는 ‘미완결’로 남는다”면서도 “’문희상 안’을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배상을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회복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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