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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검찰, 초유의 ‘고성戰’…난장판 된 ‘정경심 재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운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동양대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과 관련한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서로 고성까지 주고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와 사모펀드 의혹 관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이 아닌 재판부와 검찰이 입씨름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검찰 측은 이 사건 수사와 공판을 이끌고 있는 고형곤 부장검사가 8명의 검사와 함께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정 교수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다산 측도 김칠준 변호사를 포함해 총 7명이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가 입정하고 오전 10시께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 맞춰 먼저 지난 기일 조서에 관한 서면을 구두로 말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의견서를 읽었다. 재판부의 예단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인데 재판부 중립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표창장 위조 사건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데 대해 검찰이 이의를 신청한 내용이 공판조서에 누락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가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하려 하자 고 부장판사는 바로 일어나 “재판 진행 관련해서 전혀 진술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등 원칙에 따라 미리 제출한 의견서의 요지를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돌아보겠다고 말했고 공판조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자리에 앉으라”고 제지했다.

그러자 검사 3명이 번갈아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진술 기회를 왜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송 부장판사는 검사들의 말을 끊으며 “앉으라”고 반복해서 지시하는 상황이 무려 10분 가까이 이어졌으며 간간히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또 이날 법정에 출석한 검찰 8명이 번갈아 가며 이의 제기에 나서자 재판부는 중간중간 “검사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고 부장검사가 “의견 기회를 안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송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하면 재판 진행을 못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백신 부부장검사는 “이 소송지휘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거듭 항의하자 송 부장판사는 말을 끊으며 “기각한다”고 응수했다.

검찰의 항의가 변호인이 의견을 밝히는 와중에도 이어지면서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강 검사는 “검찰에서 완전히 말을 종결하고 뜻을 전달하기 전에 재판장님이 말을 중간에 끊어서 의견이 제대로 전달 안 됐다”며 “이 같은 소송지휘는 적절치 않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근거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또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변호인 측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정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법에 따라 이의 제기는 가능하지만, 이에 앞서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고, 재판부가 설정한 의제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며 “검찰 모두가 한 명도 예외 없이 재판장 발언을 제재하거나 일방적으로 말했다”고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30년간 재판을 해 봤지만 오늘 같은 재판 진행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고 부장검사는 “지금 변호인은 소송 수행과 관련해 발언 기회를 얻었지, 저희를 비난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며 “저희도 재판장이 이렇게 검찰 의견을 받아주지 않는 재판을 본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송 부장판사는 “중립적 재판 지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방을 매듭지었다.

이날 정 교수의 두 건의 재판은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끝에 오전 11시9분에 끝이 났다. 법정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검찰의 지난 17일 추가기소에 따른 또 다른 쟁점들이 생기며 향후에도 이날과 같은 법정의 모습이 재연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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