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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꽃 피우지도 못한 ‘자기부상열차’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2008년부터 국내에서 독자개발한 자기부상열차를 직접 탑승해 볼 수있는 자기부상열차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1일 7회씩 운용되는 자기부상열차 체험은 관람객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자기부상열차는 바퀴 대신에 자석과 선형전동기를 이용해 선로로부터 부상해 빠르게 달리는 차세대 열차를 말한다. 바퀴와 선로 사이에 접촉이 없어 진동과 소음이 낮고 분진이 발생하지 않으며, 전동기가 지상에 설치돼 있어서 초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추진에너지효율도 높다. 또한 등판능력과 선회능력이 좋아 지형에 순응하는 노선 선형 결정에 유연한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오는 2021년부터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자기부상열차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립중앙과학관 정병선 관장이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학관에서 운용중인 자기부상열차의 안전성과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들어 내년까지는 정상 운영한 뒤 폐지를 검토한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제 과학관의 자기부상열차는 노후화로 인한 안전성 문제와 유지보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0년에는 열차 교량의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수도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국내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고장이 났을 경우에는 원활한 부품 수급이 불가능해 장기간 운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계획대로 과학관의 자기부상열차 운행이 중단되면 현재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용유역까지 운행되는 6.1㎞ 시범노선만 남게 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 독자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지난 1989년부터 약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된 성과물이다. 인천공항 시범운영으로 영업운전 실적을 확보해 해외시장 수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운행 도중 전력케이블이 불타고 궤도부상판이 파손 및 이탈되거나 부상장치가 고장나는 등 지금껏 수십차례의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용률도 10%에 머물고 있고 해마다 유지보수비로 50~60억원이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상용노선 건설에 6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본격 상용화에는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연구원은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개통 이후 말레이시아, 러시아, 미국 등에 수출을 적극 타진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대전광역시는 도시철도 2호선 차량으로 자기부상열차와 트램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경제성 등을 이유로 트램을 선정한 바 있다.

기계연은 지난해 자기부상열차 개발 연구를 담당한 연구단을 개편해 현재는 관련 연구에 손을 놓은 상태다.

대덕연구단지의 한 과학자는 “자기부상열차의 선발주자인 독일이나 일본이 상용화 노선을 구축하지 못한 것은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 성과가 상용화라는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기술의 성숙도, 그리고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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