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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전두환 경호원 줄이랬더니 조리사만 줄였다
전 씨 경호 예산 3810만원 → 1845만원으로
1년계약직 조리사 2명 재계약 안해
“최소 인력 5명”이라지만, 규정은 없어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2020년 전두환 씨에 대한 경찰 경호예산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호동에서 일하는 조리사를 줄여 인건비를 아끼면서다. 국민의 혈세가 전씨 경호에 사용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경찰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전 씨 경호 경찰 수를 줄여 혈세를 아낄 수 있음에도 계약직 직원 재계약 연장을 거부하며 지출을 줄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도 전 씨와 노태우 씨에 대한 경호 예산은 총 3690만원으로 확정됐다. 전 씨와 노 씨 각각 1845만원씩이다. 2019년 전 씨와 노씨 경호 예산으로 확정된 금액은 7620만원(각 3810만원)수준이다. 올해보다 내년 예산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예산안 초안은 경찰청이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며 지난달 국회 예산안 심사시 반대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3690만원은 전 씨와 노 씨 자택 앞에 마련된 경호동에 시설비 등으로 투입되는 돈이다. 전 씨 자택 앞 3층 단독주택, 1층 단독주택 등이 두 전직 대통령의 경호동으로 쓰이고 있다. 경호동에는 전 씨와 노 씨의 경찰 경호인력 10명과 경비를 하고 있는 의경 50명이 머문다. 이 건물은 1995년부터 경찰청이 소유한 것으로 따로 임대료가 나가지는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예산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것은 경호동에서 일하는 1년 단위 계약직 조리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까지 두 전직 대통령의 경비를 맡고 있는 의경 50명이 모두 철수하면서 경찰 10명과 의경 50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사 2명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남아 있는 경찰 10명은 내년에는 자비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두 전 대통령의 경호 경찰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씨 경호에 투입되는 경찰은 5명이다. 경찰청은 이 숫자가 전직 대통령에 필요한 경호 최소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경호 인력에 필요한 최소인력을 규정하는 법은 없고, 경찰청 내부 훈령에도 경호 인력 수를 정해 놓고 있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호 최소 인력을 규정해둔 법이나 훈령은 없다”며 “4~5명은 일반적으로 경호를 할 때 필요한 인력”이라고 했다. 경호 인력 1인당 연봉은 4300만원~4500만원으로 경호동에 투입되는 예산과 이들 인건비까지 합치면 전 씨 경호에 들어가는 예산은 2억5000만원이 넘어간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해온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알츠하이머 등 투병을 이유로 지난 3월부터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전 씨는 골프장과 고급식당 등에서 잇따라 목격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공판에도 전 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골프장과, 강남 압구정동 고급식당 등에서 목격된 전 씨 주위에는 경찰이 배치돼 전씨의 밀착경호를 했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는 헤럴드경제에 강남 고급식당 상황을 전하며 경찰의 적극적인 제지가 있었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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