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소 취소 후 다시 기소하는 게 가장 바람직”
검찰 부실기소 체면 구겨…“추가기소 방식 검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공소장을 세부 내역이 들어간 것으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없이 재판을 진행하면 정 교수측에 유리하기 때문에, 검찰이 공소를 취하하고 다시 기소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공소장 변경 불허 입장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정에서 검찰은 추가 검토 후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 기각될 가능성을 고려해 새 공소장을 추가기소 방식으로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공소를 취소한 다음, 새로 기소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우 변호사는 “검찰이 체면을 구겼지만, 기소를 취소하고 다시 기소하면 될 일”이라며 “첫 공소장에서 장소와 시점, 방법이 특정이 안됐기 때문에 공소를 취소하고, 재기소하는 게 깔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존 기소를 철회하고 기소를 다시 한다면 스스로 첫 기소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이 방법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존 기소사안을 그대로 유지하고 추가기소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공소장과 변경을 신청한 공소장이 내용이 동일하지 않아서 교체가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인 만큼, 새 공소장을 추가기소 형식으로 내더라도 중복이 아니라는 논리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법원에서 공소장의 동일성과 단일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건으로 표창장 위조 혐의로 추가기소를 한 뒤, 사건이 병합되면 처음 기소한 공소사실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봤다. 김형준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법원의 공소장 변경 불허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동일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니까 검찰에서 별건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했다.
공소장 변경 불허 입장이 나오자 정 교수 측은 재판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공소기각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본안 판단없이 공소기각 판결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 24만 244건 중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한 사건은 1% 미만인 2081건에 불과하다. 김현우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이 불허됐다고 정 교수가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절차상 문제가 지적된 것일 뿐, 정 교수의 혐의입증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전날 검찰이 지난 9월 제출한 공소장과 변경신청한 공소장이 범인과 범행장소, 시점, 방식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성과 단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기존 공소장에 '성명 불상자'로 기재된 공범은 변경 신청한 공소장에는 정 교수의 딸 ‘조모씨’로 적혔다. 범행 일시도 ‘2012년 9월7일’에서 ‘2013년 6월경’으로 바뀌었다. 장소 역시 ‘동양대’와 ‘자신의 주거지’로 차이가 있다. 위조 방법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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