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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아파트의 꿈? 차라리 작아도 짓겠다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는 집을 구하려는 의뢰인들의 요구에 맞게 연예인들이 팀을 나눠 실제 매물이나 전셋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네 예능가에서 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꽤 자주 등장했었다. 아마도 가장 성공한 사례는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일 게다. 비포 애프터로 나누어 특유의 음악이 흐르며 달라진 집을 소개하고 그걸 보며 놀라는 서민들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선연하다.

이처럼 집 관련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건 그것이 의식주의 하나로 우리의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소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집이란 소재가 주는 남다른 현실적 의미들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지역에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가 하는 건 그 사람의 부와 지위를 말해주기도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보통 샐러리맨이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 거의 평생을 은행 빚을 갚아가며 살아야 할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용의 현실을 떠올려보면 이들 집 소재 프로그램이 주는 판타지와 현실감에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구해줘! 홈즈〉가 특이한 건 의뢰인들의 매물과 전셋집으로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더 많이 소개한다는 점이다.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겨우 얻을 수 있을 법한 좋은 집이 나타났을 때는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컸던 집은 협소주택이라 불리는 새로운 주거공간들이었다. 사례로 소개된 수유동의 협소주택은 지하1층, 지상3층에 숲세권을 가진 옥상 뷰까지 가진 집으로 매매가가 6억1천만 원이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가에 자신만의 개인주택을 가질 수 있다니.

사실 협소주택은 땅값이 비싼 일본이나 홍콩 등지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주거형태로 최근 5,6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 때문에 점점 도심 바깥으로 나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출퇴근 문제는 물론이고, 그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갖게 되는 만만찮은 대출금 이자 부담은 젊은 세대들이 협소주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도심에 번듯하게 남은 땅은 찾기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찮다. 따라서 이들은 도심의 10평 남짓 자투리땅을 매입해 위로 올리는 협소주택을 짓는다. 물론 땅을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10평을 평당 1천만 원 정도에 구입한다면 4층짜리 주택을 짓는데 2억 정도를 들여 총 3억 원 정도의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거문화에 대한 이런 다른 생각들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과 맞닿는 면이 있다. 이들은 남다른 교육열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다양한 스펙을 쌓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취업경쟁 속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세대들이다. 평생을 노력해도 집 한 채를 구하기 어려운 걸 알게되자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현재의 소소해도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선택한 세대들.

협소주택 같은 새로운 주거문화는 그래서 비현실적인 아파트 가격에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으로 등장한 것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변화 또한 내포하고 있다. 자투리땅에 지어지는 정형화되지 않는 집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미관만큼, 과시되거나 투자용으로 치부되던 집을 ‘삶’의 공간으로 되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만이 아닌 작아도 다양한 형태의 주거문화가 바람직해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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